[인문사회]'근대 중국과 일본-타산지석의 역사'

  • 입력 2003년 1월 17일 19시 07분


◇근대 중국과 일본-타산지석의 역사/왕효추 지음 신승하 옮김/278쪽 1만원 고려대 출판부

이 책은 19세기에 진행되었던 전 지구적 차원의 자본주의화 물결 속에서 중국과 일본이 어떻게 대응했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인식했으며, 동시에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과 중국이 실패한 원인을 밝히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개혁 개방과 근대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교훈을 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개혁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서 제시한 부분이다. 우선 중요한 것은 개혁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는가 여부였다. 19세기 말 중국의 기득권층은 개혁을 추구하던 황제 광서제(光緖帝)가 실권을 갖고 있지 못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다. 황제가 이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자 겉으로는 그 뜻을 따르는 체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태업을 벌였다. 군기대신이란 요직에 있었던 왕문소(王文韶)라는 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황제의 뜻이 이미 정해졌고 우리는 반박할 힘이 없으므로 (지시 사항을) 나태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다.”

한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로 대표되는 일본의 메이지(明治)유신 세력은 노회한 정치가이면서 하층 무사단을 바탕으로 한 군사력과 도시 부르주아층의 경제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막부를 중심으로 한 수구 세력은 이미 상당히 쇠약해져 있었다. 반면 중국의 개혁 세력은 주로 정치 경험이 일천한 학자들이었는데 서태후(西太后)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은 정치 군사 등 각 부문에서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개혁을 시작할 때 열강은 아직 본격적으로 식민지 쟁탈전을 시작하지 않았다. 따라서 영국과 미국 등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에 대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었다. 하지만 중국이 개혁을 추진할 무렵 세계는 제국주의 시대로 돌입하여 식민지 경쟁의 광풍이 휩쓸었다. 당시 중국은 열강이 나누어 가져야 할 과실에 불과했다. 책을 읽다 보면 개혁 성공의 대외적 조건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이 책에서 배워야 할 또 다른 교훈은 당시 양국의 지식인들이 상대방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는 점이다. 중화제국이 아편전쟁의 패배와 태평천국의 난으로 인한 혼란으로 존망의 위기에 직면하자 일본은 서적과 인적 교류를 통해 중국의 경험과 교훈을 배우고 이것을 바탕으로 대외관계와 개국 문제를 처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물론 일부 중국의 사대부들도 메이지유신에 대해 주의 깊게 분석하고 이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뒤부터 현재까지 동아시아 3국은 자기 이웃보다는 머나먼 서구의 일거수일투족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서구만 닮아가려 노력했다. 이제 동아시아가 장기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일국 단위를 넘어서는 지역권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동질감을 획득해야 한다. 이 책은 침략과 고통의 과거사를 잊지 않으면서도 연대와 이해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상기시켜 준다.

임상범 성신여대 교수·중국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