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흙탕물 선거인가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8시 12분


21세기 첫 대통령선거도 결국 흙탕물이 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과열 혼탁양상이 줄어들었다지만 ‘선진형 선거’라는 국민적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어제 선관위가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래 적발된 불법 탈법사례는 모두 606건으로 97년의 209건에 비해 무려 3배에 달한다. 선관위 단속 활동이 그때보다 강화된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떻든 부끄러운 기록이다.

전국 곳곳에 ‘누구는 안 된다’는 식의 비방 유인물이 뿌려지고, 금품과 음식물 제공에 불법을 단속하는 선관위 직원을 폭행하는 일까지 난무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사이버 공간에서의 비방 폭로도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이회창 후보 진영이 선관위 결정에 불복한 경우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탈·불법으로 적발되거나 고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주말에는 노무현 후보를 지원하는 개혁국민정당이 노사모의 활동을 위해 사무실을 제공하고 여기에서 희망돼지저금통을 일반인들에게 나눠주다 선관위에 적발됐다. 일부 유세장에서는 금지된 노란 풍선과 산타클로스복장의 운동원이 계속 등장했다. 노사모는 이미 선관위에 의해 폐쇄명령이 내려진 조직이고 돼지저금통 노란 풍선 산타복장도 모두 불법이라는 경고를 받았지만 막무가내다.

선관위의 경고나 조치가 이렇게 철저히 무시돼도 아무 대책이 없단 말인가. 공권력의 권위와 함께 나라의 미래도 짓밟히는 느낌이다. 경기장에서 심판의 존재마저 무시하겠다는 참으로 위험하고 무모한 발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돼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다면서 선거문화에서만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울 뿐이다. 벌써부터 선거 후의 부작용이 걱정된다.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후보가 당선될 때 이 나라는 법치국가일 수 없다. 반칙을 일삼는 후보를 가려내 철저히 응징하는 것은 유권자의 의무이다. 5년 뒤를 위해서도 선관위의 권위는 바로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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