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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9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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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상을 계기로 이 후보가 충청도에 뿌리를 내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나.
“아버님을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에 모시다보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에게 누를 끼치는 생각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의 단일화를 비판하고 있는데, 97년에 조순(趙淳) 민주당 총재와 합당하지 않았나.
“(강한 어조로) 그때와는 아주 다르다. 조 총재와 나는 정치적 이념과 방향에 큰 차이가 없었던 만큼 합당을 통해 새 정권 창출에 합의한 것은 자연스러웠다.”
-이 후보가 노, 정 후보의 단일화 토론회에 나가서 부당성을 주장할 생각은 없나.
“끼워주겠나.(웃음) 우리는 단일화 자체를 막는 게 아니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30일 남겨두고 정당간의 단일 후보 선출 토론을 중계하는 것은 TV의 공영성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
-후보 등록 전에 합동토론에 응할 용의는….
“합동 토론은 공식 선거기간 중 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
-한나라당의 세 불리기 영입이 대통령 당선을 위한 무차별 영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당의 목표와 정체성에 동조해 들어오겠다는 것을 거절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다만 철새처럼 왔다갔다하며 수를 채우는 것은 안 된다.”
-국가원로자문회의 신설 공약은 왕조시대의 상왕(上王)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 아닌가.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로 나가면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해야 할 때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원로자문회의는 정치보복의 고리를 완전히 끊는 상징적 의미가 될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와는 결별하나.
“김 총재는 상사 때 고맙게 조문해 줬다. 정치적인 방향이 같을 때는 누구와도 같이 간다. 새삼 결별이다 아니다 말할 처지는 아니다. 그분이 생각하는 길이 나와 같다면 같이 가고, 다르다면 다른 방향이 생기지 않겠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대선을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고 현 정권에서 발생한 권력형 비리나 의혹사건들을 퇴임 전에 말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와 국민, 김 대통령 본인을 위한 길이다.”
-집권시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나.
“다음 정부에서 국민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권력분산 문제는 현행 헌법으로도 가능하다. 총리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챙기도록 하겠다.”
-의원직은 언제 사퇴하나.
“대선후보 등록 전에 반드시 사퇴하겠다.”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 총리를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합의하고도 법안 처리를 못했는데….
“적어도 이들 법안만큼은 빠른 시일 안에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생각은 뭔가.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간의 혼선과 무책임이 공적자금 부실운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공정거래위원회 금감위 국세청 등은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고 전문성을 제고하는 일이 시급하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 중복 문제는 21세기 정책목표에 비추어 기능을 정비해야 한다. 해양수산부와 농림부, 통상교섭본부 및 건설교통부간의 기능조정 문제도 면밀히 검토하겠다. 여성부 개편 문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혹시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며 사용하는가.
“요즘은 별로 사용 안 한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금융질서가 문란해지고 소비자들도 애로를 겪고 있다. 금융에 대해 얼마나 공부했나.
“개인 신용불량자는 23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중요한 건 이 문제가 거시적인 분야로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가 그나마 좋다고 국민이 느꼈던 건 내수 증대와 정부의 돈 풀기 때문이었다. 신용불량자 문제를 금융이 감당하지 못하면 제2의 위기로 연결된다.”
-공무원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보수를 2배로 올리자는 의견이 있다.
“획일적인 절반 축소는 있을 수 없다. 조정에 앞서 분야별 기능별 여건과 행정 수요의 차이를 감안한 적정배분이 중요하다. 지방행정기관을 정비해 중앙과 지방의 중복문제를 해소한 뒤 절약되는 인건비를 공무원 처우개선에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재테크 수단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꾸준히 저축을 하는 것이었다.”
-수능시험을 2회 이상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과열입시 및 난이도 차이 시비에 대한 대책은 있나.
“미국의 대입적성시험(SAT)처럼 1년에 6∼7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2, 3회의 응시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정권 말기에 줄서기가 극성인데 이 후보가 집권한 뒤 공무원들이 내부 정보를 빼 야당에 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대통령이 되고 봅시다.(웃음)”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하늘이 두 쪽 나도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 게 보도됐는데 그 문제로 대화를 하거나 질책을 했나.
“오해를 받게끔 말한 건 본인도 아주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밝고 깨끗한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분위기였는데 표현이 그랬다.”
-존경받은 대법관을 했고 국무총리로 대통령 인기를 능가하던 시절도 있었고 혹독한 야당 총재 시절을 거쳐 지금은 대세론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런 굴곡 속에서 인심의 변화를 느낀 적이 있나.
“민심을 읽지 못하는 위정자에 대해서는 추상과 같이 매서운 게 인심이다. 우리 당이 대선에 진 게 가장 큰 민심의 판단을 받은 것이고, 총선과 재·보궐 선거 거치며 이 정권이 칼로 베는 매서운 맛을 본 것도 민심 때문이다.”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는….
“주말에 하는 ‘제국의 아침’인가. 바빠서 그것도 본지 오래됐다.”
-자주 부르는 18번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잘 안 부르는데, 부르는 건 조용필의 ‘친구여’이다. 항상 자신이 없어 가급적 안 하려고 한다.”
-성인영화 전용관의 설치는 어떻게 보나.
“등급제로 해서 성인전용관을 두는 건 좋다. 다만 미성년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청와대 들어가면 신앙생활은 어떻게 할 건가.
“신앙생활은 사적인 생활로 누구한테 말하기가 그렇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네티즌 이게 궁금해요▼
Q:“‘소리바다’에서 음악파일을 계속 내려받을 수 있나요.” “해킹은 나쁜 건가요.”
A:네티즌들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에게 가장 묻고 싶은 2가지 질문이다. 동아일보 인터넷신문인 동아닷컴(www.donga.com)은 15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선후보에게 질문하세요’ 코너를 만들어 네티즌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음악파일을 주고받는 인터넷 사이트 ‘소리바다2’와 관련, 자유로운 정보이용권을 주장하는 네티즌 입장보다는 저작권 보호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그는 “최근 인터넷이 비즈니스로 연결되면서 자유로운 정보이용권과 저작권이 상충하는 역기능이 나타나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리바다’”라며 “우리 법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만큼 저작권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정보를 이용하는 데 최대한 제약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또 해킹을 명백한 범죄행위로 규정짓고 해킹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강화를 역설했다. 그는 “해킹은 인터넷을 통해 타인의 컴퓨터에 무단 침입해 자료를 빼가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범죄행위”라며 “그러나 미래 사이버 전쟁의 방어 수단으로 해커방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술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어렵게 커 서민심정 알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이날 몇 가지 ‘껄끄러운’ 질문에는 사안에 따라 정색을 하고 설명을 하거나 직답을 피했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 탓에 서민의 심정은 잘 모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이 후보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답답하다. 나는 정말 어렵게 자랐다”며 닭을 키워 계란을 내다 판 어린 시절 얘기를 했다.
“집권하면 병풍(兵風) 수사를 주도한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하자 “그 점은 전혀 걱정 안 해도 된다”며 검찰 중립을 내세워 소문을 부인했다.
두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데 대해 군 최고통수권자가 되려는 사람으로서 미안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원죄(原罪)를 지은 기분이다. 국민에게 거듭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인 한인옥(韓仁玉)씨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날 부인을 만나 대화나 질책을 했느냐고 묻자 “아내도 미안해 했다”며 넘어갔다.
너무 앞서가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답변은 피했다. 당선축하금을 거부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안 했고, 집권시 대통령의 호칭에 대해선 “민주적인 호칭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피해 나갔다.
인터뷰 말미에 이 후보는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장점을 묻는 질문을 받자 허공을 바라보며 잠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는 “분명히 (장점이) 있는 분인데…. 갑자기 질문하니까 (구체적으로) 생각이 안 난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후보로서 (두 분은)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인터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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