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 김태환감독 “이런날도 오네요”

  • 입력 2002년 11월 11일 17시 48분


LG 세이커스 김태환 감독(51·사진)은 요즘 경기 도중 벤치를 돌아보는 일이 잦다. 트레이드와 신인 영입을 통해 팀 창단이후 최고라고 할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져 누굴 써야 할지 고민이기 때문.

“30년 넘게 지도자 생활하면서 이런 날도 오네요.”

김 감독은 서울 화계초등학교 코치를 시작으로 무학여중 선일여고 국민은행을 두루 거치면서 ‘우승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어도 호화멤버와는 거리가 멀었다. 2년 전 LG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멤버는 신통치 않았다.

재목감이 많아진 올 시즌에는 ‘땅 짚고 헤엄치듯’ 팀을 꾸려나갈 것 같은 데 김 감독은 오히려 고민에 빠져있다. 주전과 후보의 벽이 허물어져 ‘베스트 5’ 구성에도 애를 먹는다. 연봉 2억8000만원인 조성원이 벤치에 앉아있을 때가 많고 김재훈 조우현 송영진 정선규 등 식스맨들도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감. 붙박이 주전선수는 용병 2명과 강동희 등 3명 뿐이다.

출전시간이 짧아진 간판스타들은 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선수들을 다독이느라 입이 걸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부드러운 남자가 됐다. 쉬는 날에도 서울 방이동 숙소에 머물며 경기 비디오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피는 게 일과. 선수 기용폭이 넓어지다 보니 수비가 강화돼 지난 시즌 10개팀 중 가장 많은 91.1점이던 실점이 이번 시즌 81.8점으로 줄어들었다. LG는 11일 현재 5승3패로 공동 2위.

내년 5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은 가는 곳마다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던 화려한 경력을 프로팀에서도 꼭 재연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구슬을 제대로 끼우는 일이 중요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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