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美 회계감독위장 2주만에 낙마위기

  • 입력 2002년 11월 6일 18시 05분


공직 경력이 화려한 윌리엄 웹스터(78)는 25년간 5명의 미국 대통령에 의해 연방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기용됐던 인물이다.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거쳤다. 1978년 그를 FBI 국장에 추천했던 그리핀 벨 전 법무장관은 “당시 그를 아는 500명과 면담해 그의 모든 것을 점검했는데 나쁜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력서 수상란에는 그가 받은 상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고 옛 신문기사에는 ‘공직사회에서 존경을 받았다’는 표현도 자주 나온다.

그의 이름이 언론에 크게 등장한 것은 10월25일 새로 만들어진 기업회계감독위원회(CAOB)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 이 위원회는 땅에 떨어진 미국 자본주의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설립된 막강한 권한의 감독기구다. 회계분야 경력이 없다는 점 등이 문제됐지만 하비 피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등 공화당측의 지원으로 위원장이 됐다.

그러자 ‘지뢰’가 터졌다. 웹스터씨가 감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소규모 상장회사 유에스테크놀로지(UST)의 회계 문제였다. 당시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BDO는 “회계부실을 지적하자 회사 대표이사나 감사위원회에서 이를 조사하지 않았고 우리와 외부감사 계약을 해지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 UST는 부실회계 혐의로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상태다. UST에 앞서 그가 관계했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 통신회사 넥스트웨이브 시절의 그의 활동에 대한 나쁜 평가들도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공직 시절의 좋은 평판을 11년간의 민간기업 시절에 다 날려보낸 것이다.

새 기구의 위원장이 된 지 2주일도 안 된 웹스터씨는 곧 사퇴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과거 경력 및 감독의지 부족 등을 이유로 월가와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에 시달려온 피트 위원장은 이번에 웹스터씨의 고백을 듣고도 다른 위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그를 밀어준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결국 5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월가가 ‘웹스터-피트 파동’으로 시끌벅적하던 5일 미국에선 중간선거가 치러졌다. 이날 뉴욕증시 주가는 올랐지만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와 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0.25%포인트 인하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운 탓에 거래는 많지 않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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