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 대회, 이제 시작이다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50분


그들이 뛰어넘은 것은 허들이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불편한 몸으로 들어올린 것도 단순한 바벨이 아닌 세상을 향한 꿈과 용기였다. 1일 폐막되는 제8회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경기대회에 참가한 세계 43개 회원국 2400여명의 선수들은 메달 수와 상관없이 모두가 자기 삶의 도전자이자 승리자다. 그들은 신체적 어려움과 삶의 고비 정도는 꺾이지 않는 재활의 의지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비(非)장애인들에게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평등을 향한 힘찬 도전’이라는 대회 슬로건이 역설적으로 말해주듯,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해 불평등한 벽을 쌓고 있다. 대회 마지막날 열리는 마라톤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리겠다”고 한 말은 숱한 차별의 덫을 깔아둔 채 그들을 외면하고 살아 온 우리들에게 날카로운 비수로 다가온다. 참가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번쩍이는 메달이나 한때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위상으로 존중받는 사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 대회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이번 경기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 비장애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몸이 성한 사람들의 의식부터 ‘차별을 넘어 정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장애인 고용촉진 5개년계획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실업률은 28.4%로 전체 실업률의 일곱 배에 이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 나라의 발전 척도라 할 수 있다. 교통사고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해 후천적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90%가 넘는 현실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책마련은 비장애인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그들이 거리를 안심하고 다닐 수 있도록 대중교통수단을 보완하는 것을 비롯해 장애인 교육과 고용, 복지에 관한 획기적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진정한 장애인 대회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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