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지오그래픽]순천 낙안읍성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36분


옛 성에 올라 내려다 본 초가지붕의 읍성 안 마을과 누런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는 낙안 들판. 낙안읍성은 보여주기 위한 민속촌과 달리 주민이 생활을 하는 살아 숨쉬는 민속박물관 같은 마을이다.-조성하기자-
옛 성에 올라 내려다 본 초가지붕의 읍성 안 마을과 누런 벼가 황금물결을 이루는 낙안 들판. 낙안읍성은 보여주기 위한 민속촌과 달리 주민이 생활을 하는 살아 숨쉬는 민속박물관 같은 마을이다.-조성하기자-

《1888년 미국 국립지리학회에서 창간돼 지금도 매달 발간되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월간지(지리학 고고학 인류학 탐험분야) ‘내셔널 지오그래픽’.

이 잡지의 편집모토는 ‘어느 나라, 어느 국민에 관해서 든 그 진정한 본질만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여행 기사를 통해 진정한 한국의 멋과 맛, 그리고 아름다움을 스스로 찾고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새 시리즈 ‘코리안 지오그래픽’을 연재한다.》

남도의 가을. 넉넉함이 떠오른다. 들판의 황금물결,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때깔 고운 감, 부드러운 산 능선과 잘 어울리는 초가의 둥근 지붕 위의 누런 박. 낙안 읍성 민속마을(전남 순천시)의 가을 풍경은 이렇듯 정다웠다.

그러나 올 가을 둥근 박은 초가지붕 위에 없다. 못된 태풍에 대부분 날려가 버렸다. 그래도 감나무는 온전해 먹음직한 감이 맨 가지를 장식한다. 읍성 밖 너른 들도 온통 황금물결이다.

오후 여섯시. 방문객이 모두 떠난 읍성은 비로소 주민들 세상으로 돌아온다. 사람은 지금 사람인데 마을 모습은 조선시대. 다른 관광지 민속촌과의 차이는 이 곳 생활이 ‘실제상황’이라는 것이다.

저녁예불 마치고 달 빛 고고한 밤에 찾아간 조계산의 고찰 선암사.

붉은 해 뉘엿뉘엿 서산에 지고 초가지붕 머리 맞댄 읍성 마을과 성밖 낙안 벌이 황혼에 물드는 이 즈음. 성곽낙풍루에 올라 고즈넉한 읍성과 벌판을 감상한다. 낮은 굴뚝으로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는 것도 이 때. 세상사 시름이 낮게 드리운 연기에 휩싸여 슬그머니 사라진다.

아궁이의 불티 내음 좇아 들어선 읍성. 삐뚤 빼뚤 바르지 못한 골목길 지나다 낮은 담 너머로 소박한 초가의 안마당이 보인다. 어디서 보았더라. 그렇지. 얼굴에 주름살 깊은 할머니가 버선발로 뛰어나와 덥석 손잡아 주던 외가댁 풍경. 그 푸근함이란.

주막거리 들어서니 광목 휘장 아래 평상의 주안상 주변이 소란스럽다.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막걸리 사발. 잔에 실린 것은 술만이 아니다. 무쇠 솥 걸친 아궁이에서는 장작이 기세 좋게 타고 묵직한 솥뚜껑 틈새로는 하얀 김에 밥짓는 냄새 실려 구수하게 퍼진다. 주막 평상에 턱하니 걸터앉아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며 즐기는 가을 오후의 여유. 이 가을 저 멀리 낙안읍성을 찾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낙안읍성에서 시간여행을 즐긴 여행자는 가파른 고개 넘어 조계산 선암사로 향한다. 법계(法界)와 피안(彼岸)으로 이어주는 돌 무지개다리 승선교, 부처님 자비 나리신 강선루를 차례로 지나 들어선 일주문. 저녁예불 마친 시간에 쩌렁쩌렁한 독경소리로 경내가 떠들썩하다. 스님 60여분 사는 대찰이라 그럴 수 있다 싶어도 이런 우렁찬 독경소리는 뜻밖이다.

아니나 다를까. 법당과 축대 아래 강원에서 문 활짝 열어제친 채 쉼 없이 절하며 경전을 외우는 두 무리의 갈색 옷 행자가 보였다. 치열한 구도의 자세에선 경건함이 느껴진다. 비구계 받고자 한달 일정의 행자 교육에 들어온 이들. 무려 160여명이나 된다.

법당 뒤편의 널찍한 방에서 주지 지허 스님을 뵈었다. 열여섯 살에 선암사에 들어와 벌써 47년째. 스님은 17세기부터 이어 내려온 선암사의 다선일여(茶禪一如) 맥을 잇는 열여섯 번째 스님이다. 산중한담 중에 한중일 삼국의 차를 비교 설명해주던 스님. ‘차를 많이 마시는 민족은 흥한다’는 다산의 말로 매듭지으며 제발 녹차라고 부르지 말고 우리 차라고 불러 달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산사를 찾은 객손을 배웅했다.

●여행정보

◇낙안읍성 △홈페이지〓http://nagan.pe.kr △관리사무소 061-749-3645 △찾아가기〓호남고속도로∼승주IC∼857번 지방도

◇선암사 △찾아가기〓승주IC∼857번 지방도∼죽학 삼거리∼3㎞ △종무소〓061-754-5247

순천〓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낙안에선 남도음식 큰잔치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낙안읍성 민속마을)와 ‘광주김치대축제’(중외공원 일대)가 16∼20일 동시에 열린다. 두 축제장을 잇는 셔틀버스(무료)도 운행.

●남도 음식문화 큰잔치(www.namdofood.or.kr)

전남도 22개 시 군의 전통음식 및 남도음식 400여종이50여종의 전통주와 함께 선뵌다. 전통 차와 차 음식, 사찰음식 쌀 음식도 소개. 남도김치 만들기, 부침개 부치기, 어린이 요리체험 떡치기 민속놀이 민가전통체험 성곽돌기 등 체험행사도 마련. 남도문화제도 함께 열려 순천시립국악협회와 신 민요 마당극(놀부전) 공연도 있다.

●광주김치대축제(http://visit.gwangju.kr/kimchi/)

김치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맛 볼 수 있는 행사. 김치 담그기 경연만 11가지(외교관 외국인 군인 초등학생 음식점 및 요리학원 부부 대학생 김치명가 참가자 등). 특수김치 담그기 시연 및 호텔주방장의 김치응용 요리 경연도 있다. 품바 난타 취타대 등 공연도 있다. 김치의 역사와 유래, 문화를 보여주는 전시행사도 마련. 062-225-0101(광주시 관광과). 호남고속도로∼동 광주IC∼첫 신호등 삼거리(시립미술관 방향·왼편)∼두 번째 신호등(U턴)∼중외공원.

●축제셔틀버스〓선착순탑승, 무료. 하루 4회 왕복. 1시간 50분 소요. ①비엔날레 주차장(중외공원) 출발〓오전 9시 반 10시 반 11시 11시 반 ②낙안읍성 출발〓오후 1시 1시반 2시 3시

●함께 떠나요

음식축제 두 곳을 들르는 남도여행 패키지(무박2일). 서울∼율포(해수녹차탕)∼보성차밭∼낙안읍성 민속마을(축제장)∼광주(김치대축제)∼서울. 4만5000원(점심 제외).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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