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빨리 대선 끝나야지˝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26분


국회 대정부질문 나흘째인 15일 오전 11시.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의원과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의원의 한나라당 전격 입당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바람에 국회는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국회 본청 2층 국무위원 대기실에서는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와 경제부처 장관들이 의총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각 부처 장관들은 “오늘도 국회가 열리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며 초조한 표정이었다. 복도에서는 실무과장들이 국회 1층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당 의총 상황을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오전 11시30분경, ‘민주당이 오늘 국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는 의총 결과가 전해지자 국무위원들과 각 부처 간부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장관들은 “이러다간 올해 예산심의마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쟁(政爭)에 내년 나라 살림살이를 짜는 일이 큰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기획예산처의 한 국장은 “여야가 싸움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할 것은 해야지, 아예 문을 닫아버리면 우리는 어떡하란 말이냐”며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재경부의 한 실무과장도 “과장부터 장관까지 모두 아침부터 국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또 공전(空轉)이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무조정실의 한 간부는 “어제도 국회가 공전하는 바람에 오후 4시까지 꼬박 기다렸는데 오늘은 또 몇 시까지 대기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이런 불평은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무원들의 걱정이 예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연말 대선을 감안해 예산심의 기간을 11월 중순까지로 예년보다 한 달이나 줄인데다 대선을 앞둔 각 후보진영의 ‘막판 기싸움’ 때문에 예산국회가 정쟁의 볼모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빨리 선거가 끝나야지, 이러다간 아무 일도 되는 게 없을 것 같아요.”

서둘러 점심을 마치고 혹시 국회가 다시 열릴지 모른다며 의사당으로 되돌아온 한 경제부처 간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의 한숨을 들어줄 선량들은 자리에 없었다.

최영해기자 정치부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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