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이란 돌풍…한국인 박기원 감독 조련 사상첫 결승 진출

  • 입력 2002년 10월 11일 22시 09분


한국 중국 일본 ‘3강’이 반세기 넘게 지배해온 아시아 배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이란이 11일 남자배구 준결승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인 중국을 꺾고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것. 이란의 감독은 한국인 박기원씨(51).

이란이 5세트를 15-11로 따내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결승행을 확정짓는 순간 이란 응원석에서는 이란혁명 때 불렀던 ‘승리의 노래’가 울려퍼졌고 선수들은 박 감독을 부둥켜안고 승리의 눈물을 쏟았다.

박 감독은 한국남자배구대표팀 신치용 감독의 고교(부산 성지공고) 3년 선배.

이날 한국도 준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3-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남자배구 결승전의 승부는 한국인 사령탑의 선후배 대결로 판가름나게 됐다.

국가대표 레프트를 지낸 박 감독은 종합화학(충주비료) 소속으로 뛰던 1979년 은퇴를 앞두고 이탈리아로 건너가 지도자의 길을 밟았고 주로 여자 프로팀을 이끌며 명성을 쌓아왔다.

지난해 이탈리아 페루자와의 계약이 끝나 쉬고 있던 박 감독이 이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7월.

아르바이트 삼아 중동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힘과 높이를 지니고도 세기가 부족한 이란남자팀에 한국 배구 특유의 조직력과 투혼을 접목시켰고, 체계적이고도 집요한 그의 노력은 불과 석달만에 결승 진출이란 위업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 예선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이란에 3-0 승리를 거뒀었다. 그러나 신치용 한국 감독은 “매 세트 살얼음판을 딛는 기분이었다. 결코 마음 놓을 상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특별취재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