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탁구]“남규오빠는 왜 결혼 안합네까”

  • 입력 2002년 10월 4일 22시 37분


‘에이스’ 김현희(맨 왼쪽)를 비롯한 북한 여자탁구 선수들이 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을 누른 뒤 남북한 응원단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부산〓특별취재반
‘에이스’ 김현희(맨 왼쪽)를 비롯한 북한 여자탁구 선수들이 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일본을 누른 뒤 남북한 응원단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부산〓특별취재반
“컨디션은 좋습네까?”(한국 탁구대표팀 김택수)

“탁수오빠 계속 그렇게 말할겁네까. 자꾸 그러면 저도 여기 말투 흉내낼랍네다.” “저는 탁수오빠처럼 생긴 사람이 좋아요.”(북한 여자탁구팀 김현희)

말문이 열리니 청산유수였다.

4일 오후 부산아시아경기 탁구 여자 단체전이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 내 지하연습장. 체육관 내에서는 북한 여자팀이 일본을 상대로 준결승을 치르고 있었고 지하연습장에서는 다음 경기를 치를 예정이던 한국 남자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뜻밖의 진객이 등장했다. 북한 여자 탁구의 간판스타인 김현희(25)가 지하연습장 안으로 들어선 것. 준결승전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일본의 고니시안을 3-0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같으면 지도원들의 눈초리 때문에 한국선수들을 만나도 말 한마디 붙이지 않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북한 선수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탓인지 김현희는 한국 선수들이 연습 중이던 곳으로 다가와 스스럼없이 말을 건넸다.

“이곳에 와서는 밥이 맛있어 한 키로나 체중이 늘었습네다.”

“왜 남규오빠는 결혼을 안 합네까. 여자가 없어서 그러면 이번에 공화국에서 예쁜 응원단이 많이 왔는데 한 명 찾아보시라요.”

“옛날에 북한에 한혜정이라는 선수가 예뻤는데 시집은 갔나?”(유남규 코치)

“갔시오.”

남북한 선수들의 정겨운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이렇게 자주 만나 안부를 묻다 보면 철옹성 같은 남북간의 장벽도 자연스럽게 무너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울산〓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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