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김동화-김현일 ‘南北우정 금빛통일’

  • 입력 2002년 10월 4일 17시 54분


남자체조에서 남북한에 동반 금메달을 안긴 한국의 김동화(왼쪽)와 북한의 김현일이 금메달을 따낸 링과 안마 종목에서 정상의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부산〓특별취재반
남자체조에서 남북한에 동반 금메달을 안긴 한국의 김동화(왼쪽)와 북한의 김현일이 금메달을 따낸 링과 안마 종목에서 정상의 기량을 펼쳐 보이고 있다.부산〓특별취재반

남북이 함께 딴 금메달, 그것도 친한 친구끼리 나란히 딴 금메달이기에 기쁨도 두 배였다.

남자체조 종목별 결승이 열린 4일 부산 사직체육관. 복도에서 만난 한국의 김동화(울산중구청)와 북한의 김현일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축하한다. 현일아.” “그래, 나도 축하한다. 정말 잘 하더라.” 이들을 알아본 팬이 금세 구름처럼 몰려들었지만 이들은 서로 얼싸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스물여섯살 동갑내기인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남다른 우정을 나눠온 사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맞닥뜨릴 때마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우정을 키워왔다.

이들은 묘하게도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나이가 똑같고 96년 나란히 대표선수가 됐다는 점도 닮았다. 아픈 기억이긴 하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는 점까지 닮았다.

김동화는 시드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주형 현 남자대표팀 코치의 그늘에 가려, 김현일은 북한의 ‘안마왕’ 배길수가 시드니올림픽 직후 은퇴할 때까지 늘 2인자의 자리만 지켜왔던 것.

그래서였을까. 대회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24일 사직체육관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훈련했을 때 이들은 손을 맞잡고 약속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선 꼭 함께 우승하자”고.

이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북의 김현일이 먼저 안마종목에서 9.75점을 따 중국의 텅하이빈과 공동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남의 김동화가 링 종목에서 9.80을 기록, 중국의 후안주와 함께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것. 이들이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토록 기뻐한 것은 금메달도 금메달이지만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한 자부심 때문이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헤어지기에 앞서 또 하나의 약속을 했다. 2년 뒤에 열리는 아테네올림픽에서 다시 나란히 금메달을 따기로 한 것.

두 선수는 모두 팀에서 최고참 선수. 체력은 이미 전성기를 넘어섰지만 기량은 세계 정상급에 도달해 있어 올림픽 금메달이 결코 꿈이 아니다.

헤어짐이 아쉬운 듯 몇 번씩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 김동화와 김현일. 이들의 체조 인생은 이제 막이 올랐을 뿐이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南 김승일-北 김현일도 金

한국 체조의 ‘꿈나무’ 김승일(17·영광고 3년)이 마루운동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승일은 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체조 남자 종목별 결승 마루운동에서 고난도의 연기를 펼치며 9.525점으로 1위에 올라 2위 조정철(9.45점·북한)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김승일은 마지막 착지 때 앞으로 한발 내디디는 등 약간의 감점요인이 있었지만 시종 난이도가 높은 연기를 펼친 데 힘입어 1위를 차지했다.

북한 여자체조의 한정옥(16)도 이단평행봉에서 이날의 ‘남북한 체조 금메달 행진’에 동참했다. 올해 첫 북한대표로 발탁된 ‘신예’ 한정옥은 실수 없이 고난도 연기를 펼치며 9.5점을 받아 장난(중국)과 공동 우승했다. 이 종목 동메달은 북한의 서정옥(9.4점).

한편 장난은 단체전 및 개인종합 우승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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