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물]유방암 의식향상 서울 캠페인 준비 박경희씨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38분


“평생 두 개를 가지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하나만 남게 됐을 때 그 상실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10월은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이 열리는 달. 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자들의 모임인 ‘비너스’의 박경희 회장(53·여)은 요즘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10월 1일 열리는 서울행사에 한 명이라도 더 참가시키기 위해 회원을 독려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10월이면 쇄도하는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는 일도 만만치 않다. 한국선물포장디자이너협회 사무국장이라는 직책은 그녀를 더욱 바쁘게 한다.

이번 캠페인의 주제는 자가검진으로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자는 것. 빨리 발견할수록 수술 성공률이 높고 유방 전체를 잘라내지 않고 종양만 제거하는 유방보존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2000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은 위암에 이어 여성이 잘 걸리는 암 2위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환자도 크게 늘었다.

박 회장 역시 92년 우연한 기회에 가슴을 만지다가 멍울이 만져져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곧바로 서울대병원 외과에서 가슴 전체를 잘라내는 유방절제술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이후 줄곧 실리콘 재질의 특수 브래지어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번 캠페인을 “환자가 환자 아닌 사람을 위한 최고의 봉사”라고 말했다. 자가검진법을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유방암으로 가슴 전체를 잘라내거나 생명을 잃는 등 불상사도 줄어들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이번 행사는 내달 1일 오후 5시반부터 7시까지 서울 중구 남산 서울타워와 팔각정 일대에서 열린다. 유방암 캠페인을 상징하는 핑크리본을 본떠 서울타워에 핑크빛 조명이 켜지고 유방암 특강과 콘서트, 사진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캠페인은 서울 이외에 전 세계 100여개 대도시에서 진행되며 92년 이 캠페인을 처음 기획한 에스테로더사가 후원한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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