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팀의 베스트건강법]아산병원 소아 뇌종양 치료팀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38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뇌종양 치료팀이 모여 환자의 MRI 사진을 보며 의논하고 있다. 앞 줄에 앉아 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김태형 구현우 교수. 뒷줄 왼쪽부터 이미정 강신광 나영신 이상욱 교수다.  권주훈기자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뇌종양 치료팀이 모여 환자의 MRI 사진을 보며 의논하고 있다. 앞 줄에 앉아 있는 사람 중 왼쪽부터 김태형 구현우 교수. 뒷줄 왼쪽부터 이미정 강신광 나영신 이상욱 교수다. 권주훈기자

“뇌종양이 나아도 저능아가 된다고요? 그런 편견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소아 뇌종양 치료팀의 소아과 김태형 교수와 신경외과 나영신 교수는 안타까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완치되면 80% 이상의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팀이 가장 고민하고 노력하는 문제도 완치를 넘어 그 뒤 아이들의 삶을 위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수술 전 진단은 진단방사선과 구현우 교수, 수술은 신경외과 나영신 교수, 수술 뒤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소아과 김태형 이미정 교수와 방사선종양학과의 이상욱 교수가 맡고 있다. 조직검사를 통해 종양의 종류와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병리학과의 강신광 교수도 빼 놓을 수 없다.

‘소아암’하면 흔히 백혈병만 떠올리는데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뇌종양이다. 10만명 당 2,3명 정도로 발생하며 국내에서는 한 해에 2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뇌종양에 걸린다.

어린이 뇌종양은 다른 암이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은 성인과는 달리 뇌 자체에서 발생한다. 악성종양이 많은 대신 항암제 투여 등의 치료에 성인보다 잘 반응해 5년 생존률이 65% 이상으로 높은 것이 특징.

뇌종양은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기는데 생후 2개월 내에 발견되면 선천적인 것으로 본다. 드물게는 임신 말기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아에게 뇌종양이 발견되는데 이런 경우 태아를 꺼내 수술한다. 종양이 빨리 자라 출산 뒤엔 치료시기가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뇌종양의 예방법은 없다. 조기진단과 치료 만이 최선. 아이들은 아파도 잘 표현하지 못하므로 부모가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수 밖에 없다. 나영신 교수는 “눈은 ‘뇌의 창’이어서 뇌종양에 걸리면 시력이 나빠진다”며 “정상인 어린이라도 만 5세 이전에는 시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5세 이전에 뇌종양으로 눈이 나빠져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다가 실명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에 오기도 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3세 미만의 유아는 뇌종양이 있으면 안절부절못하고 자주 토하며 성장발육이 늦다. 성인은 머리뼈가 단단해져 안에 혹이 생겨도 겉보기엔 그대로지만 유아는 혹 때문에 머리가 커진다. 3세 이후의 어린이는 두통과 구토가 있고 속이 메스꺼우며 신경장애가 오기도 한다.

뇌종양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검사해본다. 뇌종양으로 진단되면 대개는 수술이 필요하다. 종양이 뇌 안에 깊이 있거나 중요한 신경부위에 있다면 컴퓨터를 이용해 위치를 정확히 알아낸 뒤 수술한다.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나이프를 이용해 주변 부위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종양만 제거하는 수술도 있다. 종양이 아주 작으면 내시경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뒤에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나 교수는 “최근에는 어린이에게 방사선 치료를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추세”라며 “지능이 떨어지거나 운동신경을 다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나중으로 미룬다”고 설명했다. 3세 미만은 하지 않고 10세까지도 되도록 피하며, 하더라도 주변 조직의 손상을 줄이는 3차원 방사선 치료를 실시한다.

뇌종양은 수술과 치료 과정이 힘들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그래서 환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게 이들의 또다른 고민. 미국 애틀랜타 에모리 의대에서 20년간 교수생활을 하다 97년 귀국한 김태형 교수는 소아암 환자 돕기 모금을 위해 마라톤을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환자 사랑을 온몸으로 실현하는 김 교수는 오히려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헌신하는 부모의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아이를 구하는 것은 결국 부모의 사랑이라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어린이 뇌종양 전국의 명의들▼

서울대 어린이병원의 조병규 교수는 현재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으로 82년 서울대병원에 소아신경외과 병동이 설립된 이래 20여년간 국내의 소아신경외과 분야를 이끌어 왔다. 같은 병원의 왕규창 교수는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는 내시경 이용 수술에 명성이 높다.

연세대 최중언 교수도 어린이 뇌종양에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명의. 소뇌에 뇌종양이 생겼을 때는 뇌에 물이 차는 수두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한데 예전에는 뇌에 튜브를 심는 수술을 했지만 최 교수가 내시경으로 막힌 부위를 뚫어 주는 수술을 정착시켰다.

소아과에서는 수술 뒤 항암약물치료를 하는데 대개 백혈병 등 다른 소아암과 같이 진료하는 의사들이다.

계명대 김흥식 교수는 3세 미만 영유아 뇌종양 치료의 대가다. 올해 5월 전국의 소아과 신경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의사 100여명이 만든 ‘소아뇌종양연구소’에서도 영유아뇌종양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서울대 신희영 교수는 어린이 뇌종양 중 가장 많은 수모세포종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왔으며 성균관대 정혜림 교수는 뇌종양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기초연구에 힘써 왔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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