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18…백일 잔치 (3)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08분


“어머니, 저 꽃, 이름이 뭐고?”

“어느 거?”

“저기, 저 집 문 있는데 빨간 꽃, 보이잖나?”

“…아아, 백일홍”

“저건?”

“저기 있는 빨간 꽃?”

“응”

“그건 접시꽃”

“우리 마당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왜 우리 집에는 분꽃밖에 없는데?”

“소원이가 꽃을 좋아하는 줄 엄마는 잘 몰랐네”

“앗, 저기, 봐라! 저 하얀 새!”

“어? 어디?”

“삼각주 있는데! 하얗고 커다란 새 안 있나!”

“니는 왜 그렇게 호들갑이고”

“치, 어때서?”

“봐라, 저 꽃! 봐라 저 새! 니 그렇게 두리번거리면서 걸으면 강에 떨어진다”

“메롱! 괜한 잔소리! 있지, 어머니, 무슨 새고?”

“저건 황새. 벌써 여름이다. 봄은 제비, 여름은 황새, 가을은 왜가리, 겨울은 백조, 철새들은 계절을 날라다 준다”

“새만 그런 거 아니재. 봄은 진달래, 여름은 백일홍, 가을은 들국화, 겨울은…”

“겨울은?”

“겨울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척 하니까 그렇재”

“겨울에도 꽃은 핀다. 산다화. 어머니는 산다화가 제일로 좋더라”

“봄은 진달래 화전하고 쑥떡, 여름은 삼계탕하고 냉면, 가을은 송편하고 국화전하고 화채, 겨울은 팥죽하고 떡국하고 수정과하고 시루떡”

“후후후후후, 먹을거리만 줄줄이 꿰고 있네”

“하하하하하, 먹보니까”

“와 웃노? 그만해라!”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

“참 내! 어머니, 나 수박 먹고 싶다”

“후후후후후, 목욕탕에 다녀오는 길에 시장에 들리자”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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