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한반도기 동시입장' 뜻 알아야

  • 입력 2002년 8월 29일 18시 36분


제14회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에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하기로 했다. 엊그제 끝난 남북 실무접촉에서는 이 외에도 북한 응원단의 인공기 사용과 국호(國號) 문제 등 우리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사안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우리는 비록 불만스럽지만 남북 체육당국이 기왕에 합의한 내용을 놓고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할 생각은 일단 접어두겠다. 우리 땅에서 열리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제전에 대규모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한다는 사실 자체의 의미와 성공적인 경기운영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쪽이 내부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북측의 ‘한반도기 동시입장’ 주장을 받아들인 ‘깊은 뜻’을 알아야만 한다.

개최국인 우리가 개폐회식에서 이례적으로 태극기를 ‘포기’한 것은 이번 대회가 남북간 화해 협력의 진정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양보로 해석된다. 이는 또 우리 사회가 인공기 등 북한의 상징물을 용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북한이 이것을 ‘남북 협상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성공사례’로 착각한다면 공동 입장의 의미는 그만큼 퇴색되고 말 것이다.

스포츠는 남북이 민족적 자긍심과 정서적 일체감을 공유할 수 있는 최선의 도구다. 거기에 더해 스포츠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조될 때 남북관계도 한층 높은 차원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스포츠가 이처럼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다. 만에 하나 이번 대회에서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불필요한 행동으로 우리 국민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 또 한 차례 남남(南南) 갈등이 촉발되지 않도록 남북 당국은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잘못될 경우 오히려 경기에 참가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시아경기에서 어떤 결실을 얻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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