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몸짓에 담은 인간 파우스트의 갈망

  •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47분


메피스토펠레스 앞에서 파우스트(가운데)와 무용수들이 술을 마시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장선희 발레단

메피스토펠레스 앞에서 파우스트(가운데)와 무용수들이 술을 마시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장선희 발레단

‘파우스트, 춤과 만나다.’

영혼까지 팔아넘기며 신이 되고자 했던 인간 파우스트. 자유와 생명을 갈구했던 그의 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파우스트를 구원한 것은 신이나 지식이 아닌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었다. 장선희 발레단의 창작발레 ‘파우스트 2002’는 몸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인간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24,25일 서울 LG 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790년부터 40여년에 걸쳐 완성한 희곡을 춤으로 재해석한 작품.

2000년 초연 당시에는 원작의 내용을 표현하는데 치중했다면 이번 무대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발레와 현대무용, 멀티미디어의 접목을 시도한다. 발레의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가 펼쳐지다가 현대 무용수가 등장하면서 현대 무용으로 변한다. 또 파우스트의 내면세계를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묘사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무용수들이 한일 월드컵 당시 안정환이 골을 넣은 후 반지에 키스하는 장면과 ‘대∼한민국’ 박수를 재연한다. 정치인들의 권력다툼을 ‘의자 뺏기’에 빗대 보여주기도 한다.

‘파우스트…’의 대본과 안무를 맡은 장선희 세종대 교수는 “그동안 국내 발레와 현대무용은 각각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지 못했다”며 “‘파우스트…’는 발레의 테크닉과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감정을 극대화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환경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이 시대를 구원하는 것은 단순한 페미니즘이 아닌 평화 부드러움 모성애가 상징하는 ‘여성성’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원일이 모차르트부터 테크노 음악까지 배경 음악을 아우르고,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한승수가 의상을 맡았다. 유니버설 발레단 주역무용수인 황재원 임혜경을 비롯, 이영철 황순영 등 출연. 토 오후 7시, 일 오후 4시. 1만∼5만원. 02-3408-3280, 02-2005-0114.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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