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15대표단 이모저모]呂의장 아버지 여운형묘 참배

  • 입력 2002년 8월 14일 18시 37분


여원구 의장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부친 몽양 여운형 선생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
여원구 의장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부친 몽양 여운형 선생의 묘에 참배하고 있다.
8·15민족통일대회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 116명이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대표단 단장인 김영대 민족화해협력위원회 회장은 “8·15광복 이후 남북이 처음으로 서울에서 만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채수연(蔡洙K) 남측 민화협 집행위원장은 “남북이산가족도 아닌 민간인이 광복 이후 처음으로 남한에서 만난 것은 남북을 하나로 엮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 정도 역사적인 사건은 생중계를 해도 아깝지 않다”고 화답했다.

○…북측 대표단은 남북교류법에 따라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방문객 신분으로 방한해 정식 여권 대신 통일부장관이 발행하는 방문증을 소지했다.

도착성명은 김영대 회장을 대신해 올 5월 제주도민 253명이 방북했을 때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영접했던 허혁필 북측 민화협 부회장이 읽었다.

허 부회장이 목멘 목소리로 “남녘 동포들에 대한 뜨거운 혈육의 정을 안고 이곳에 도착했다”며 성명을 낭독해나가자 남측의 한 목사는 “남북한의 민간인이 만났다는 자체가 성공이 아니냐”면서 “오늘의 역사적인 만남이 평화와 통일의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고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북측 대표단은 이어 7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숙소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로 옮겨 여장을 풀었다.

○…몽양 여운형(夢陽 呂運亨) 선생의 셋째딸인 여원구(呂鴛九·74)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의장은 고령인 탓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여 의장은 공항에서 남측 취재진 10여명이 몰려들어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아버님 묘소에 참배할 계획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지자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차차 얘기하자”면서 즉답을 피했다.

여 의장은 호텔에 도착한 직후에도 “아버지 묘소 참배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남측 취재진을 상당히 의식했다.

그러나 여 의장은 이날 오후 6시50분경 대표단 일행에서 몰래 빠져나와 부친 묘소를 참배했다. 여 의장은 북에서 가져온 높이 1.6m가량의 화환을 묘소 앞에 놓고 역시 북에서 가져온 청자 술잔에 ‘백무술’이라는 북한 술을 따라 묘소에 뿌렸다.

여 의장은 이어 “조국 통일이 되는 그날 손자들을 앞세우고 다시 아버지 영전을 찾아뵙겠습니다”고 고한 뒤 묘 주변의 잡초를 직접 뽑았다.

여 의장의 참배 문제를 놓고 남북측은 물론 북측 내부에서 논란이 벌어져, 북한대표단 환영 국악공연이 2시간가량 늦어지기도 했다.

○…오미란 홍영희의 뒤를 이어 북한 영화계의 간판 스타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애(29·사진)가 이번 대표단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

김경애는 94년 제4차 평양영화축전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다. 87년 창설된 이 영화제에서 북한 여배우가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은 것은 오미란 이후 두 번째. 북한에 납북됐다 탈출한 신상옥 감독은 “북한이 주최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것은 김경애가 북한을 대표하는 여배우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이호갑기자 gdt@donga.com

박민혁기자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