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통쾌한 설욕…2이닝 무실점 17세이브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36분


김병현이 13일 뉴욕 양키스와 인터리그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특유의 발차기 투구동작으로 역투하고 있다.AP
김병현이 13일 뉴욕 양키스와 인터리그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특유의 발차기 투구동작으로 역투하고 있다.AP
8회말 마침내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등판하자 거만하기 짝이 없는 뉴욕의 5만여 양키스 팬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비아냥 섞인 환호를 보냈다. 김병현은 트레이드 마크인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그저 씩 웃었을 뿐.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애리조나와 양키스의 인터리그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13일. 관중석의 소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병현의 ‘핵 어뢰’는 경기 내내 내린 빗줄기 속에서 더욱 빛이 났다.

첫 타자인 3번 버니 윌리엄스는 4번째 공인 몸쪽 직구에 스탠딩 삼진, 4번 제이슨 지암비는 5구째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 구속인 153㎞짜리 직구에 헛스윙 삼진, 5번 호르헤 포사다 역시 151㎞짜리 강속구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팀의 클린업트리오가 3타자 연속 삼진을 당하자 관중석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김병현은 9회초 스티브 핀리의 2점홈런으로 9-5로 앞선 9회말에는 마음을 놓은 탓인지 로빈 벤추라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왼쪽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마커스 테임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11일 역전 만루홈런과 앞 타석에서 3점홈런을 쳤던 셰인 스펜서를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낚으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병현은 1루수 마크 그레이스가 공을 건네주자 왼쪽 외야 관중석쪽으로 힘껏 날려보내며 그날 이후 가슴속에 맺혀 있던 한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로써 김병현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이틀 연속 역전패의 빌미가 된 홈런을 맞은 지 223일만에 양키스타디움에서 자신의 첫 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17세이브(2승)째. 최근 9경기 연속 무실점에 평균자책은 1.41에서 1.34로 낮췄다.

한편 김병현이 팀을 승리로 이끌자 애리조나의 제리 콜란제로 구단주는 라커룸으로 직접 와 축하의 악수를 청했고 뉴욕 기자들은 김병현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소동을 벌였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병현 “양키스에 특별한 감정 없다”

김병현은 끝까지 “양키스를 이겨 기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의 악몽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양키스전에서 세이브를 따낸 소감은….

“그냥 17세이브 중 하나일 뿐이다. 양키스라고 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때처럼 9회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는데….

“점수차가 커 홈런을 맞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하는 동안 월드시리즈 생각은 나지 않았다.”

-세이브가 확정된 순간 공을 외야로 던진 이유는….

“미국 기자들은 양키스에 대한 공격적인 의미가 아닌가 물어보기도 했지만 무의식중에 손이 나갔을 뿐이다.”

-8회 등판할 때 관중석에서 환호가 나왔다. 그때 웃는 모습을 보인 이유는….

“글쎄다. 팬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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