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교회서도 "월드컵 보자" 들썩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2분


4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월드컵 열병’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근무 시간에 TV로 월드컵 생중계를 보겠다는 근로자와 이를 막으려는 사용자간에 갈등이 빚어지는가 하면 월드컵을 보기 위해 휴가를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이번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 일본과의 시차로 인해 대부분 경기 시간이 근무 시간과 겹쳐 축구팬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과 예선 리그를 치르는 포르투갈에선 산업협회가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 대신 녹화방송으로 해달라”고 공식 요청해 팬들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 산업협회는 월드컵 중계 시청을 위해 직원들이 꾀병 등을 내세워 단체로 결근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자 고심 끝에 이같은 요청을 했으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의 팬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코웃음을 치고 있다.

팬들의 원성에 아예 일찌감치 업무 손실을 감수하고 ‘마당’을 깔아주기로 결정한 곳도 적지 않다. 프랑스 파리 시청과 라데팡스 사업지역은 대형 옥외 스크린을 설치하고 모든 주요 게임을 중계할 예정.

피아트 자동차 등 이탈리아 주요 제조업체들은 게임이 있는 날 조립시간을 변경하고 구내식당에 대형 TV 스크린을 설치했다.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구내식당에 TV 스크린을 설치했을 뿐 아니라 슈투트가르트 인근의 제조공장에 특별 스포츠사진 전시실까지 만들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은 축구팬들의 열망에 따라 술집 영업개시 시간을 연장하는 획기적 판결을 했다. 영국의 경우 축구팬의 40%가 잉글랜드 및 아일랜드의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지각, 조퇴 또는 결근할 것으로 예측됐다. 월드컵 스폰서인 바클레이 카드사는 영국의 이런 대규모 결근 사태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2억파운드(약 6조430억원)에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은 ‘축구 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성공회까지 나서서 잉글랜드의 첫 경기인 대 스웨덴전이 일요일인 6월2일 오전10시반(현지시간)에 시작됨에 따라 전국 교회에 예배 시간을 변경하거나 교회에서 경기를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아일랜드의 한 축구동호회는 아예 월드컵 기간에 아일랜드 시간을 경기가 열리는 일본 시간에 맞춰 9시간 앞당길 것을 청원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반해실업률이 18%에 달하는 폴란드 근로자들은 자국팀 경기를 시청하는 것보다 실직당하지 않기 위해 계속 근무할 것으로 업계 지도자들은 전망했다. 바르샤바의 한 제조업체 대변인은 폴란드전이 있는 날 휴가신청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의 한 스포츠용품 제조업체는 월드컵 시청을 위해 무단 결근을 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사진단서 양식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밖에 영국 남미의 일부 극성팬들은 한국 일본과 시차가 적게 나는 동남아 국가로 휴가를 떠나서 월드컵을 시청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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