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35…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7)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40분


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7

한 걸음 큐우 한 걸음 파아 한 걸음 큐우 한 걸음 파아 베인 상처의 아픔은 바깥을 향하지만 이 아픔은 안쪽으로 큐우 파아 심장이 욱신욱신거린다 큐우 파아 큐우 파아 아프다!

“뭐가 끊어진 거 아닐까요?.”

“그럴리가요. 무릎을 폈다 구부렸다 할 때 뼈하고 인대가 부딪치는 거겠죠.”

“인대는 끊어지지는 않나요?”

“아마 염증이 생겼을 거예요. 지난 몇 주 동안 뛸 때마다 아팠으니까.”

스프레이를 뿌리는 사토 코치의 머리와 자신의 무릎이 멀리 보인다 겨우 10킬로미터를 뛰면서 두 번이나 쉬었다 아마도 완주는 힘들겠지 하지만 만약 아들과 둘이서 동물원에 갔는데 우리에서 호랑이가 뛰쳐나온다면 아들을 안고 뛰겠지 다리가 부러졌다 한들 목발을 내던지고 뛰겠지 아들과 산책을 하는데 칼을 든 남자가 쫓아온다면

“왜 웃는데요?”

“아니요, 그냥 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다가.”

“뛸 수 있겠어요?”

“네.”

큐우 파아 큐우 파아 내 뒤에는 호랑이도 칼을 든 남자도 없다 아들은 엄마에게 맡기고 왔다 큐큐 파파한달 전 사흘 동안 집을 비웠더니 아들은 하루 종일 말 한 마디 걸어주지 않았다 큐큐 파파이 번에는 일주일이니까 큐큐 파파앞으로 반년만 지나면 조잘조잘 엄마 싫어 다시는 집에 오지마 그런 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큐큐 파파큐큐 파파아 안되겠어 너무 아프다 발끝이 떼어지지 않는다 근육이 다리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브레이크를 풀 수 있지

“유씨, 재미있는 생각해요! 완주하면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구요.”

“…그런 정도의 통증이 아니에요. 아들 생각도 하고 소설 구상도 하면서 통증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머리 속에 온통 아프다는 생각뿐이에요.”

큐큐 파파아프다 큐큐 파파아프다 큐큐 파파아프다!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아픔과 대치하는 수밖에 없다 큐큐 파파아픔에 집중하여 큐큐 파파아픔에 놀라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하는데 큐큐 파파아프다! 큐큐 파파아프다! 큐큐 파파하지만 어떻게든 이 아픔에 길들지 않으면 맥박이 큐우 파아 심호흡을 하고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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