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호나우두 땀복입고 훈련 “무더위 대비”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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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찌뿌린 하늘은 바늘이라도 꾹 찌르면 굵은 빗줄기를 쏟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구름 한점 없이 환하기만 했다.

30일 울산 미포구장에서 막바지 훈련을 한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두(이탈리아 인터밀란)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패스 연습으로 몸을 푼 호나우두는 슈팅에 이어 세트 플레이로 이어지는 훈련 내내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치 개막을 하루 앞둔 월드컵은 나의 무대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쳐나는 듯 했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브라질 TV가 훈련 상황을 생중계까지 한 이날 그는 동료들과 다른 옷차림으로 눈길을 끌었다. 파란색 긴팔로 된 땀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받쳐 있었다. 흐리고 바람 부는 선선한 날씨속에서 땀이라도 더 흘리고 싶었을까. 6월의 찌는듯한 한국의 기온에 대비하려 했다는 것이 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꼼꼼한 준비에서 월드컵에 대한 그의 남다른 의욕이 내비쳤다.

전술 훈련에서는 히바우두(바르셀로나) 카를로스(레알마드리드) 에메르손(AS로마) 등과 페널티지역에서 손발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특히 카를로스의 드로인에 이은 히바우두의 백헤딩 패스를 반복적으로 골네트에 꽂아넣은 장면에서는 동물적이라는 그의 슛감각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른쪽 무릎 부상에 시달린 호나우두는 지난주 말레이시아와의 평가전에서 1999년 9월 아르헨티나전 이후 무려 32개월만에 A매치 골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다음달 3일 울산 터키전을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그는 월드컵 성적이 국가 경제까지 좌지우지한다는 브라질의 희망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히바우두가 부상 후유증으로 최근 훈련에서 어시스트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공격의 선봉에 나설 호나우두의 발 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

“그 어느때 보다 월드컵을 손꼽아 기다렸다. 빨리 뛰고 싶으며 골을 넣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결전의 날이 밝기도 전에 호나우두의 마음은 이미 경기장을 달리고 있었다.

울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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