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의 일본통신]결전앞둔 후배들에게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14분


오늘 2002월드컵이 막이 오른다. 2002월드컵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하기로 결정하기전에 일본으로 건너왔고 선수생활을 하면서 공동개최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축구수준이 한 걸음 발전하겠구나 하고 생각한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대망의 꿈의 구연이 다가온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축구선수란 길이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을 주고 보는 이들에게는 얼마나 큰 희망을 주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도 프로생활 그리고 대표선수생활을 하면서 정신적인 압박감 또 행동에 대한 제약 등을 느끼면서 한 때는 빨리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 때는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온 것 같다.

대표선수가 되어 처음 그라운드에 섰을 때, 선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뛰었고 차츰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고서부터 다시 내게는 부담감이 돼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이런 것들은 한순간의 고민에 불과했다.

‘인생은 시험이다. 단지 시험에 불과하다. 실제 인생을 경험하면서 시험을 치르고 나면 다시 다른 시험이 다가오는 것’이라는 말이다. 시험을 치르기 전에 결과를 안다면 그것 또한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 축구선수들은 팀에서 동료들과 경쟁, 그리고 경기에 나가서는 이기기 위해서 경쟁하고, 다시 이런 것을 복습하면서 신출내기에서 서서히 베테랑으로 간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 출전하고 돌아왔다. 당시에도 월드컵을 가기 위한 예선전을 치르고 또한 본선을 준비하면서 국민들의 성원과 격려는 대단했다. 그런데 그런 응원과 격려가 그 때는 부담과 책임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전 경기에 나가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실력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귀국할 때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돌아 온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밖에 못했던 게 후회된다.

만약에 축구경기를 편집할 수 있다면 자기가 찬스를 만들고 득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축구라는 스포츠가 매력이 있지 않을까.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가 축구이니까말이다. 축구는 드라마와 같이 만들 수 없으니까.

후배들아! 경기하기전에 경기가 끝난 후를 생각해라. 그러면 마음과 몸이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경기는 시간이 흐르면 끝나고 승패는 갈려진다. 후배들은 경기에 끝나고 후회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그대로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지금 대표팀이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과 경기를 해도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경기력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본경기에 들어간다. 지금까지 어려운 여건에도 굴하지않고 대회를 준비한 후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잊지말고 본선에서는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당당하고 자신감을 가져라.” 내가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말 뿐인 것 같다.

오이타트리니타 청소년팀 감독 canonshooter199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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