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아일랜드 두 스타의 명암

  • 입력 2002년 5월 26일 19시 06분


로이 킨(왼쪽)과 로비 킨
로이 킨(왼쪽)과 로비 킨
킨(Keane)이라는 이름은 오늘의 아일랜드 축구를 말해준다. ‘터프 가이’ 로이 킨(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신성’ 로비 킨(22·리즈 유나이티드)등 같은 성을 가진 두 명의 선수가 미드필드와 공격 최전방에서 맹활약하며 아일랜드를 월드컵 본선까지 이끌었기 때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장을 맡고 있는 미드필더 로이 킨은 축구 실력 못지않은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하다. 로이 킨은 “축구 협회의 무성의”를 이유로 23일 사이판 훈련 도중 돌연 대표팀에서 탈퇴, 집으로 돌아가버려 충격을 줬다. 코칭 스태프와의 불화와 축구 협회 행정에 대한 불만이 이유. 26일 로이 킨은 “마이클 매카시 감독이 팀을 맡는 한 절대로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로이터 통신은 맨체스터의 자택 주변을 개와 산책하며 ‘여유를 보이는’ 로이 킨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 세계에 타전했다.

로이 킨이 매카시 감독에게 ‘병’을 줬다면 로비 킨은 ‘약’을 준 경우. “22명으로 아일랜드 팀을 꾸려가겠다”고 공언한 매카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로비 킨은 25일 J리그 히로시마와 가진 연습 경기에서 혼자 2골을 잡아내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로비 킨은 “여유있게 내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일랜드는 사우디 아라비아, 독일, 카메룬과 E조에 속한 팀. 만약 로이 킨이 복귀하지 않고도 아일랜드가 이들을 제치고 16강 관문을 통과한다면 찬사는 로비 킨에게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아일랜드가 조별 예선에서 보따리를 싸게 된다면 비난은 또 다른 킨, 로이 킨에게 집중될 것이 틀림없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