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걸씨 구속이후가 더 중요하다

  • 입력 2002년 5월 19일 18시 11분


‘최규선(崔圭善)게이트’의 완벽한 수사를 촉구하는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김홍걸(金弘傑)씨 구속은 이제 겨우 막이 오른 것에 불과하다.

대통령아들 구속으로 의혹규명을 위한 가닥이 확실하게 잡혔으니 비리의 전모가 쉽게 드러날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놓을 때가 아니다.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후회하는 모습 때문에 수사의지가 흔들려서도 안 된다. 사람의 처지가 측은하기는 하지만 그가 저지른 죄는 추상같이 물어야 한다.

홍걸씨가 연루된 한국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의혹만 하더라도 겨우 정관계 인사가 다수 연루됐다는 단서가 나온 단계다. 그가 최규선씨,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의 주선으로 타이거풀스 주식을 받은 뒤 체육복표사업자 선정을 위해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이 과정에 개입된 다른 유력인사들은 누구인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김희완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하고 또 다른 비리 연루자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은 오래 전 미국으로 도피했다. 여러 차례 대책회의를 한 게이트의 주역인 이들 두 사람을 검거하지 않는 한 수사는 완결될 수 없다. 최규선씨는 스스로 검찰에 출두했고, 홍걸씨 또한 들끓는 국민 여론 때문에 스스로 귀국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사람만 수사하고 도피한 게이트 주역들은 잡지 않는다면 누가 검찰의 수사의지를 믿겠는가. 그런 수사로는 비리의 전모를 밝혀낼 수 없는 것은 물론 권력층의 보이지 않는 세력이 사건축소를 위해 비리 주역들을 도피시켰다는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킬 수도 없다.

검찰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아들까지 구속했는데 누구를 붙잡지 못할 것이며, 어떤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겠는가.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될 민감한 시점에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비롯해 민주당에서 잇달아 검찰을 압박하는 발언이 나오는 것은 유감이지만 검찰이 그런 말에 결코 흔들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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