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찬호 “투구폼 확 바꿨어요”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37분


40일동안 박찬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기 위한 의욕을 다지기 위함인지 말끔히 면도를 한 얼굴도 그렇고 던지는 모습도 예전과는 달랐다. 13일 복귀전을 지켜본 팬들이라면 한눈에 “어, 달라졌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게 분명하다. 부상자 리스트에 오른 뒤 박찬호는 오스카 아코스타투수코치와 함께 투구폼 수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몸에 무리를 덜 주고 더욱 효과적인 피칭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것. 그가 투구폼 수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3가지.

우선 피칭할 때 왼발의 스트라이드를 줄이고 오른 다리를 곧추세웠다. 전에는 스트라이드의 폭이 컸고 오른 다리가 많이 주저 앉아 하반신에 가는 부담이 컸다. 이제 오른 다리를 종전보다 세움으로써 허벅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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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팔의 각도도 바꿨다. 다저스시절엔 오른 팔이 많이 쳐졌고 간간이 스리쿼터형(오버스로와 사이드암스로의 중간)으로 던지기도 했다. 아코스타투수코치는 팔을 직각으로 내려꽂듯이 던져야 공의 위력이 산다고 조언했다. 박찬호는 이날 경기가 끝난뒤 “내려꽂는 기분이 들었고 변화구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만족해 했다.

마지막으로 왼쪽 발의 방향. 전엔 홈으로 내딛는 왼발 끝이 3루를 향해 몸이 뒤틀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이 왼발을 홈플레이트쪽으로 곧바로 향하게 함으로써 제구력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가운데)가 팀동료 이스마엘 발데스(왼쪽)로부터 시즌 첫 승 공을 받아든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 박찬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선수는 텍사스의 베테랑 투수 케니 로저스.알링턴AP연합

하지만 피칭폼을 바꾼 게 모두 득이 되는 건 아니라는 평가다. 박찬호는 투구폼 수정으로 특유의 스피드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 부상후 첫 등판이라 조심스럽게 피칭한 영향도 있지만 최고시속이 150㎞밖에 나오지 않았다.

예전의 다이내믹한 전력피칭폼은 제구력과 신체에 무리를 주는 단점은 있었지만 박찬호의 가장 큰 무기인 ‘스피드’를 제공했다. 이제 그는 공의 위력보다는 변화구와 머리싸움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경기에서 4회까지 무실점한 박찬호는 5회 몸에 맞는 볼과 볼넷으로 2사 1,2루의 위기를 맞은뒤 디트로이트 잭슨에게 왼쪽안타를 맞아 유일한 실점을 했다. 5회까지 78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엔 곧바로 강판. 75∼80개 사이에서 투구수를 조절시키겠다고 한 텍사스의 제리 내런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그가 어떤 투수라는 걸 보여준 경기로 아주 훌륭한 피칭이었다”고 칭찬했다.

시즌성적 1승1패 평균자책 6.30을 기록한 박찬호는 19일 같은 상대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 나선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박찬호 디트로이트전 투구내용
타순타자1회2회3회4회5회
잭슨二땅 포비 좌안
삼진 우비 삼진
히긴슨二땅 우2
사이먼 우비 투땅
홀터 좌2 二땅
파크 三땅 삼진
크루즈 좌비 사구
리베라 우비 삼진
마시아스 좌안 볼넷
앞은 수비위치, 뒤는 타구상황(비=뜬공 땅=땅볼 안=안타 2=2루타 사구=몸에 맞는 볼)

◇찬호 한마디…홈구장 첫승 기분좋아 중반부터 변화구 승부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 긴장되지 않았나.

“기대도 되고 흥분되는 것도 느꼈다. 그러나 편안하고 자신감이 있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는 데 집중했다.”

-홈 팬앞에서 첫 승을 거뒀는데….

“아주 기분이 좋다. 사실 5이닝만 던지고 승리투수가 돼 약간 창피하지만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바뀐 투구폼이 만족스러웠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 꽂는 기분이 든다. 투구폼을 바꾸니까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아진 것 같다.”

-초반과 중반의 투구패턴이 바뀌었는데….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은 변화구에 잘 적응이 돼 있다. 초반에는 직구를 던져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중반에는 변화구를 많이 썼다.”

-다음 경기때에도 투구수에 제한을 받는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다음 경기부터는 정상적으로 던져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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