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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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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77)이 12일부터 5일간의 쿠바 방문에 나서 양국 관계가 다시 뉴스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은 쿠바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이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이다. 일찍이 94년 북한을 방문한 카터 전 대통령이 이제야 쿠바를 찾았다는 사실에 착안하면 양국의 냉랭한 관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카스트로 의장은 아바나공항까지 나가 귀빈을 맞았다. 견원지간(犬猿之間)이라고 할 수 있는 양국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지만 한줄기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틀림없다.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분쟁중재 선거감시 인권보호 등의 활동으로 명성을 얻었다. 쿠바 방문도 그런 활동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쿠바 국민을 상대로 TV와 라디오 연설을 하고 인권 및 종교단체 인사들을 만난다. 카스트로 의장은 저명한 정치범을 일주일 전에 석방하고, 공항에서는 어느 곳이든 방문할 수 있고 누구든 만날 수 있다고 카터 전 대통령에게 약속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카스트로 의장이 점증하는 일당독재체제 종식 요구에 대한 무마책으로 카터 전 대통령을 끌어들였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카터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8년 전 북한을 방문해 비록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남북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내 남북한 화해에 기여했다. 지난해 8월 ‘사랑의 집짓기운동’ 자원봉사자로 내한해 일주일 동안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들을 위해 땀을 흘리며 집을 지어주던 그의 모습은 많은 한국인들을 감동시켰다. “하나님은 퇴임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일을 많이 하라고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최고의 권력(대통령)을 탐내는 야심가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좋을 카터 전 대통령의 고백이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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