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13회 멕시코대회<상>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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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박창선(오른쪽)이 86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날리고 있다.
한국의 박창선(오른쪽)이 86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슈팅을 날리고 있다.
1986년 열린 제13회 멕시코월드컵은 하마터면 무산될뻔했다. 원래 이 대회는 콜롬비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것도 대회 개최 20년전인 1966년에 결정된 일이었다.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한 것은 대회 개최를 불과 3년을 앞 둔 1983년. 자국의 경제난으로 대회 개최권을 반납하자는 얘기가 82년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83년 콜롬비아는 전격적으로 개최권을 공식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브라질 멕시코가 새로 개최의사를 밝혔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멕시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미 68년 올림픽대회와 70년 월드컵을 치른 노하우와 인프라가 그대로 있었던 것이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였다. 그래서 멕시코는 영광스럽게도 월드컵을 최초로 두 번이나 치르는 국가로 역사에 올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대회였지만 예선부터 각국의 열기는 대단했다. 당초 121개국이 예선출전 신청을 했으나 실제는 113개 나라가 참여, 12회 스페인대회와 마찬가지로 24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특히 한국이 54년 스위스대회 이후 무려 32년만에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다.

본선은 1차리그에서 6개조에 4개팀씩 배정, 각조의 상위 2개팀씩 12개팀과 3위 중 승점이 높은 4개팀을 보태 2차리그를 치렀다. 2차리그도 종전 조별경기에서 넉아웃방식으로 8강을 가렸다.

1차리그에서 ‘죽음의 조’는 덴마크 서독 우루과이 스코틀랜드가 속한 E조. 혈투 끝에 스코트랜드를 제외한 3개국이 2회전에 올랐다. 지난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와 이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 불가리아와 함께 A조에 속한 한국은 3전 1무2패로 1차리그에서 탈락했으나 세계 최강들을 상대로 박창선의 월드컵 사상 첫골을 비롯해 4골(7실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전에서 디아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사건이 벌어진 것도 바로 이때였다. 대회 4강은 아르헨티나-벨기에, 서독-프랑스의 대결로 좁혀졌고 아르헨티나와 서독이 승리해 결승에 올랐다.

6월29일 아즈테카스타디움에서 11만5000명의 관중이 웅집한 가운데 벌어진 결승전. 브라운과 발다노의 슛으로 아르헨티나가 2-0으로 앞서나가자 서독은 후반28분 루메니게와 후반 38분 D러의 골로 2-2가 돼 승부는 다시 원점.

하지만 불과 1분 뒤인 후반 39분 마라도나가 빈공간으로 뛰어들던 브루차가에게 연결한 슛이 터졌다. 아르헨티나가 3-2 승리,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78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자 경제난에 허덕이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3000여만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자축하며 잃었던 자긍심을 되찾았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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