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확인된 돈만 20억원대라니

  • 입력 2002년 5월 10일 18시 18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이 확인된 금액만 20억원대라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홍걸씨는 최씨가 다리를 놓아주는 대로 이권에 개입해 대가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앞으로 홍걸씨가 받은 검은 돈의 액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홍걸씨는 미국에서 분에 넘치는 집에 살며 렉서스 승용차를 몰고 다녔고 비행기 특1등석을 타고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뻔질나게 오갔다. 그 자금의 출처가 이제야 분명해지는 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고통을 겪을 때 이권청탁을 해주고 받은 돈으로 호화판 생활을 즐겼으니 대통령 아들의 윤리의식이 어쩌다 그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개탄이 절로 나온다.

아들이 위험천만한 인물과 어울려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는 동안 김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보고를 받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묻고 싶다. 국가정보원에서 최씨와 홍걸씨의 위험한 관계에 대해 상세한 보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홍걸씨는 오히려 최씨의 연락을 받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국정원으로 역풍을 보냈다.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이 호화주택을 폭로했을 때부터라도 홍걸씨 주변을 철저히 챙겼더라면 이 정도로까지 비리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에게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홍걸씨의 비리에 대해 안이하고 허술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홍걸씨를 제어하기는커녕 간접적으로 도와준 의구심이 생긴다. 이희호(李姬鎬) 여사는 포스코 유상부(劉常夫) 회장에게 홍걸씨를 만나주도록 전화를 했는지, 안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김 대통령 부부는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아들 관련 비리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온통 대통령 아들 비리로 어지러운 나라에 사는 국민도 분통이 터진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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