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32분


어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로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확정됐다. 이 후보는 경선에서 손쉽게 승리했지만 원내 제1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그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집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이 후보 측은 그동안 현 정권의 엄청난 부정 비리 때문에 규탄의 목소리만 높여도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단순한 정권 규탄만으로는 국민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소모적인 정쟁보다는 국민에게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한 검증을 끊임없이 받아야 한다. 이 후보는 어떤 정책 노선을 갖고 무엇을 개혁하려 하는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구상은 어떤 것인지 설득력 있게 밝혀야 할 것이다. 무슨 수를 사용하든 대통령에 당선되고 보자는 욕심에서 지역정서나 부추기고 상대방을 흠집내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로는 절대로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대선을 불과 7개월여 앞둔 현재의 시국은 권력주변의 비리 부정 때문에 극도로 불투명한 상태다. 더구나 선거가 과열되다 보면 너나 할 것 없이 이성을 잃을 수도 있다. 이 후보는 제1당의 대통령후보로서 혼란한 국정을 추스르면서 대권경쟁도 함께 해야 할 입장에 있다. 현 정권의 비리 부정은 철저히 규명하는 동시에 제1당으로서의 역할도 빈틈없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후보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문제뿐만 아니라 본인의 지도력과 관련해서도 독선이나 아집을 버리고 서민의 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비판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이 후보가 그 같은 비판을 어떻게 극복하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갈지도 앞으로 남은 관심사다.

민주당의 ‘노풍’은 이미 선거 정국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후보 역시 새 모습을 보이지 않고는 대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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