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콜금리 인상배경]“돈 너무 풀렸다” 물가잡기 나서

  • 입력 2002년 5월 7일 18시 10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물가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저금리 때문에 생기는 자금 가수요를 없애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최근 주가 하락과 미국 경제 불투명 등 경제 여건이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이날 금통위는 금리 조정에 대한 견해가 팽팽히 대립해 한때 정회되기도 했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지금처럼 회복되면 하반기 국내총생산(GDP)은 6.2% 성장하면서 현재 2%대인 물가는 3.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에 미치는 영향〓최근 주가 및 환율 하락 등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콜금리가 다음달에나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기관들은 예금과 대출 금리를 올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콜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이르면 이번 주에 예금금리를 0.25∼0.5%포인트,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안팎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작년말 2300만원 수준.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구당 이자 부담은 월 2만원 가량 늘어난다. 이렇게만 보면 별 부담이 아니지만 빚을 많이 쓰고 있는 ‘한계 가계’에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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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금리 0.25%P 인상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3월 7조6950억원 증가에 4월에도 6조6737억원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4월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8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으로 가계 및 기업의 이자 부담이 다소 늘어나겠지만 시장이 이미 이 같은 방침을 알고 대비했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및 부동산시장〓증시에서는 금리 인상이 이미 재료로 반영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경제 기초가 튼튼하고 기업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어서 금리 인상이 주가의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은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과열 조짐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이자로 재건축 이주비나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던 주택 건설업체들은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늘어나는 이자 부담 외에 주택시장 자체가 침체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날 자금 담당 부서에서 각 재건축 현장에 지급한 무이자 이주비 규모와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분에 대한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시중 금리 인상 정도에 따라 앞으로 수주하는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무이자 이주비 지급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건설은 이번 콜금리 인상이 아파트 분양률 저하와 재건축 위축 등 주택경기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에 몰려왔던 시중 유동자금이 금융권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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