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 국정원 보고서 묵살했나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21분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백궁 정자 지구의 용도변경과 130여명 특혜분양의 연결 고리가 어렴풋하게나마 드러나고 있다. 성남시민모임의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이 용도변경을 중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올렸으나 묵살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방적인 폭로라고 넘겨버릴 수 없는 이유는 분양자 명단에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층 인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K의원은 부인이 78평형을 분양받았다가 중도금 마련이 어려워 두달 만에 해지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 근무하는 검사를 비롯해 판검사 6, 7명도 분양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K의원은 백궁 정자 지구의 용도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기사가 일부 신문에 보도된 터에 부인이 파크뷰 아파트 분양계약을 했었다니 ‘갓 고쳐 쓰자 배 떨어졌다’고 넘어가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파견 검사에 대해서도 국정원에서 백궁 정자 지구 관련 보고서를 올리고 성남시가 용도변경을 해준 시점과 파견 기간이 겹치는지 따져봐야 한다.

국정원은 특혜분양 130여명 명단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2차장이 나서 정치인 판검사 국정원 간부들에게 해약을 권고했다니 당연히 청와대에 보고됐을 것이다. 명단에는 한나라당 전 의원 등과 언론계 인사 등도 거론되고 있다. 누가 됐건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특혜성 분양을 받은 권력층 인사들의 명단이 즉각 공개돼야 한다.

주택공급 법규의 허점 때문에 주상복합 아파트를 수의계약 방법으로 분양받은 것이 범법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 청약자들이 100 대 1의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뒷문을 통해 권력형 새치기 분양을 받았다면 공직자 윤리에 명백히 어긋난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변호사에게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 내용은 진실”이라고 확인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당장 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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