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시간을 벗삼아 그속에 머물자 '시간'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21분


◇ 시간 /칼하인츠 가이슬러 지음 박계수 옮김/287쪽 1만2000원 석필

5월은 아름다워 머무르고 싶은 시간이다. 시간은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엇이다. 시간을 가장 잘 쓰는 방법은 시간 속에 머무르는 것이다.괴테가 한 말을 기억하는가? “시간아, 머물러다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아름다운 시간을 우리는 행복이라 부른다.

인간의 불행은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데서부터 온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뭐라도 하라고 다그친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홀로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무익한 것의 의미를 잊고 산다. ‘시간은 기다랗고 편안한 소파’와 같다. ‘게으름은 온갖 악의 근원이며 동시에 모든 창조적 행위의 원천’이다. 사랑이 그렇듯이. 시간을 잊지 않고 우리는 사랑할 수 있는가?

우리는 시간관리라는 끔찍한 짓을 통해 하루에 지켜야할 약속의 수를 다섯 개에서 일곱 개로 늘여 놓았다. 이것을 우리는 효율성이라고 부른다.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바쁘지 않은 사람은 반(反) 사회적이고 반경제적이다. 건달이다. 시간 관리는 결국 시간표가 우리를 지배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더 바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시간에 더 쪼들리게 되었다. 효율성이 효과성을 능가함으로써 우리는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시간관리의 진정한 목적은 시간을 남기는 것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을 늘임으로써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현명한 시간 사용법이다. 시간의 풍요는 휴식의 풍요를 의미한다.휴가조차도 전투적으로 치루고 있는 우리들, 홀로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능력을 상실한 우리들, 바쁘지 않아도 시간에 쫓기는 조급증에 시달리는 우리들에게 시간은 늘 맞서 싸워야하는 존재였다.

이제 시간과 싸우지 마라. 필패의 게임이다. ‘시간과의 전쟁을 잊을 때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 받을 수’ 있다. 아이들이 돌멩이 하나로도 자신을 잊고 하루종일 즐겁게 놀 수 있는 까닭은 무제한 투입된 시간 속에서 늘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는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저자는 뮌헨대학 교수이며 ‘시간의 생태학’ 이라는 특별한 분야를 일궈온 사람이다. 이 책은 시간에 관한 가장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 중의 하나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이 책을 즐겨왔지만 지금 소개하는 이유는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마치 비싸고 좋은 포도주 같아서 곁에 두고 홀로 음미하는 기쁨이 있었다. 이제 여럿이서 돌아가며 한 모금씩 마셔볼까? 변화경영전문가기자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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