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 한국열풍<7>]매스컴 ‘코리아 붐’

  • 입력 2002년 4월 29일 17시 48분


요즘 일본 공영방송 NHK에서 하루에 두 번씩 흘러나오는 신나는 노래가 있다.

“할머니 축구 보고 깜짝 놀랐네/할머니 축구 보고 반해버렸네/…/심장은 김치 새빨개/…이겨라 이겨라 좋아요, 이겨라 이겨라 좋아요/…/할머니 축구 보고 흥분했다/…/마음은 비빔밥 뜨거워/…”

건전가요를 보급하는 ‘모든 이의 노래’라는 프로그램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에서 ‘할머니’ ‘김치’ ‘이겨라’ ‘비빔밥’과 같은 표현들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다.

후지TV는 매주 토요일 오전 1시30분부터 15분간 한국어로만 진행하는 프로를 내보낸다. 제목은 ‘초난’. ‘초난’은 이 프로의 진행자인 일본 최고 인기그룹 SMAP의 멤버 구사나기 쓰요시(草E剛·28)의 성(姓)을 한국어로 읽은 것이다. 지난해 4월13일 시작된 이 프로의 특징은 ‘초난’은 물론이고 출연자 전원이 한국말을 써야 한다는 것. ‘초난’이 종종 한국으로 건너가서 ‘한국의 오늘’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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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밤 ‘개를 기르는 여자’라는 수사물에서는 갑자기 여검사의 어머니가 나와 “한국으로 가족여행을 가자. 가무사 하무니다(감사합니다). 불고기 김치 좋잖아”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같은 날 NHK는 ‘맛보기 패스포트’라는 프로에서 35분간에 걸쳐 삼계탕만을 집중보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밤 한 TV에서는 한국 가수 보아가 한일친선대사인 후지와라 노리카(藤原紀香)와 대화를 나눴다. 이중 ‘보아가 추천하는 한국음식’ 코너도 소개됐다. 장소는 동대문 명동 대학로 압구정동, 음식은 호박죽 누룽지 잡채 라볶이 보쌈 수제비 오미자차 등등.

TV뿐만이 아니다. 신문들도 ‘일한 월드컵을 향해-친구’(아사히) ‘다가오는 월드컵-일한관계’(요미우리) ‘신한국강좌-일본 속의 이웃’(산케이) 등 한국 관련 특집기사를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일본 매스컴의 한국 소개 패턴은 대체로 △월드컵 개최지와 준비상황 △유명 연예인의 관광명소 및 음식 여행 △이벤트 장소 △드라마나 쇼의 로케 장소 △한국 연예인 출연 등으로 나뉜다. 하도 다양한 매체가 한국의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있어 더 이상 ‘신기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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