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열도 한국열풍<5>]영화-드라마 인기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18분


6일 오후 1시15분, 일본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에 있는 영화관 미유키좌. 한국 영화 ‘친구’의 첫 회 상영이 끝났는데도 600여명의 관객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장동건이 무대로 인사하러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장동건이 선글라스를 끼고 옆문으로 들어서자 조용하던 장내 분위기가 돌변했다. “동건 오빠” “동건” “동건씨” 등 서툰 한국말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관객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사회자가 “선글라스를 벗고 멋진 얼굴을 보여 달라”고 말하자 관객 속에서는 “아∼악”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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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앉아 있던 50대의 아주머니에게 장동건을 좋아하느냐가 물어봤다. “TV에서 우연히알게된 뒤 그가 나오는 영화는 한국까지 가서 빠짐없이 봤다”고 대답했다.

영화관 밖에서 한 TV의 기자가 40대 아주머니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장동건씨 어때요.” “너무 멋있어요.” 기자가 다시 물었다. “남편하고 비교하면….” 5초쯤 고민하다 대답이 나왔다. “어쨌든 멋있어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JSA)’이 일본에서 대히트 하자 한국영화에 대한 대접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히트한 영화는 일본에서도 ‘보증수표’다.

요즘은 서울에서 촬영한 형사극 ‘서울’이 화제가 되고 있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피랍극을 그린 ‘KT’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일반 극장이나 시사회에서 소개된 한국영화는 54편이나 된다. 화제가 됐던 한국영화는 거의 포함돼 있다.

안방극장에서도 ‘한국’은 인기가 높다. 지난해 1월에 방영된 드라마 ‘작은 다리를 건설하다’의 무대는 한국이다. 한일 기술자들이 다리 공사를 통해 우정을 키워간다는 내용. 비슷한 시기에 NHK가 한국 여가수와 일본 음악도의 사랑을 그린 10부작 ‘한번 더 키스를’, 2월에는 한국 대학생과 일본 여성의 러브스토리 ‘프렌즈’, 3월에는 일본 남자에게 시집온 한국여자의 분투기를 그린 ‘결혼의 조건’이 드라마로 방영됐다. 이들 드라마에 등장한 일본 탤런트는 모두 정상급이었다.

NHK는 1월 2일 정월 특별프로그램으로 일본 신문사 전 서울특파원의 부인이 쓴 ‘한국 아줌마 예찬론’을 드라마로 만들어 ‘한국의 아줌마는 대단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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