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LG 김태환감독 용병술 빛났다

  • 입력 2002년 3월 22일 17시 45분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일을 저질러 주는 선수가 좋다.’

배짱이 두둑하기로 유명한 김태환 감독(LG 세이커스·사진)이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 시작 전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은 SK 빅스의 우세가 압도적이었다. 김 감독은 그러나 정규리그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길 확률이 불과 20%라는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5위의 성적으로 4위 SK 빅스를 연파하며 4강에 선착했다.

이런 불리함을 딛고 2연승으로 SK 빅스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은 김 감독 특유의 용병술이 크게 기여했다. 바로 선수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믿고 끝까지 기용하는 것. 김 감독의 이런 용병술에 화답한 대표적인 선수가 조우현과 박규현이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경기조율은 물론 득점까지 책임지는 맹활약을 펼친 조우현은 올시즌 중반 슈팅가드에서 포인트가드로 변신한 선수. 이 때문에 경기 중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본분을 망각한 채 무리하게 득점을 노리다 실책도 많은 게 사실. 또 군복무를 마친 뒤 올시즌 중 복귀한 ‘수비 전문’ 박규현도 노련한 수비못지 않게 어이없는 실책으로 상대의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독 입장에서 선수의 실책만 놓고 본다면 중요한 순간에는 기용하고 싶지 않은 선수들임에 분명하지만 김 감독이 믿은 것은 기싸움이 중요한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의 파이팅 넘치는 허슬플레이.

이런 점에서 선배 오성식을 제치고 2경기 연속 야전사령관으로 활약한 조우현은 LG 4강행의 최선봉장으로 칭찬받을 만했다. 조우현은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동료와 손발이 맞지 않는 패스로 흐름을 끊기도 했고 무리한 단독 공격으로 실책을 4개나 기록했다. 하지만 팀 주포인 조성원이 3쿼터까지 SK 빅스 최명도에 막혀 고전하는 동안 팀의 득점을 주도하며 팽팽한 대결구도를 이어간 선수가 바로 조우현이었다. 조우현은 2쿼터 6분여를 남기고 39-40으로 뒤진 상황에서 과감한 3점슛으로 전세를 뒤집으며 팀이 반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뒤 종료 13초전 3점차로 쫓기던 상황에서 마무리 2점슛으로 추격에 쐐기를 박았다. 24득점에 6어스시트 2가로채기. 만약 김 감독이 조우현의 실책만 봤거나 포인트가드 본연의 임무인 패스만 요구했다면 불가능했을 활약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날 후반 12분을 뛰며 실책 1개와 반칙 2개로 단 2점에 그친 박규현도 공격 가담률은 비록 낮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문경은을 찰거머리처럼 마크하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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