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유영주코치 “벤치서 맛보는 우승도 달콤해요”

  • 입력 2002년 2월 25일 17시 24분


“선수 때 우승하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더 좋은데요.”

여자농구 대표스타로 지난해 10월 국민은행 세이버스 코치로 부임해 첫 대회인 2002 겨울리그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낸 유영주(31·사진).

박광호 국민은행 감독은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할 지도자가 필요했는데 선수시절 통솔력 있기로 소문난 유코치에게 부탁을 했는데 정말 기대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이다.

유영주는 지난해 10월10일 코치계약을 했고 삼성생명에서 현역 은퇴식을 가진게 26일이었으니 무척 서둔 셈. “무릎부상으로 은퇴생각이 있었는데 좋은 제의가 와 덥석 잡았죠” 성격만큼 거침없는 유영주의 대답이다.

인천 송림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공을 처음 만진 유 코치는 인성여고 시절 정은순과 여고농구 최강콤비를 이루며 이름을 날렸다. 실업팀 선경에서 우승메이커로 활약한 뒤 팀 해체로 삼성생명으로 이적, 4번이나 우승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실업1년생인 90년부터 10년넘게 이어진 대표팀에서 발휘됐다. 3점슛을 쏘는 파워포워드로 상대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던 것.

현역 은퇴 아쉬움이 없었을까? “전 욕심이 많아요, 더 잘하고 싶었죠. 하지만 지도자로 나선 이상 팀을 계속 우승시키고 싶고 또 2세도 가지고 싶고….”

유 코치는 99년 2살 연하인 방경일씨와 결혼했다. 방씨는 후배 남자친구의 친구였는데 당찬 모습에 반한 것. 이번 겨울 리그 땐 올스타 휴식기와 설연휴 등 단 두 차례 해후를 했다. 더구나 팀숙소가 지난해 12월 부천에서 천안으로 이사해 이들 ‘기러기부부’가 만날 기회가 그만큼 적어졌다.

선수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는걸까? “고민 상담원이라고나 할까요.” 고참 김지윤을 비롯해 선수들이 유코치에게 스스럼없이 농구는 물론 일상생활의 고민보따리를 풀어놓는단다. 여기에 박 감독이 굵직굵직한 기술이나 패턴을 가르치면 유 코치는 눈여겨봤다가 나중에 개별선수에게 부족한 점을 보충훈련시킨다.

국민은행 천안연수원 체육관은 그래서 밤늦도록 농구공 퉁퉁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유 코치가 후배를 데리고 개인훈련에 열중하는 까닭이다.

천안〓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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