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설 민심 폭발시킨 권력형 비리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15분


이번 설을 맞아 지역구를 다녀 온 여야 의원들은 권력형 비리와 한반도 주변 상황 때문에 어느 때보다 민심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권력형 비리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이나 정당에 관계없이 민심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의원들조차 “각종 게이트로 국민의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각종 게이트로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상당히 이반해 있다”고 전한다. 여당의원들이 전하는 민심이 이 정도라면 그 상황이 어떤가는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민심을 돌리지 않고는 올해 국가대사인 월드컵대회와 아시아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어렵고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도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임기 마지막 해인 현 정권의 통치력 약화와 권력 누수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미관계마저 안정된 궤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모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가 다시 주저앉는 것은 아닌지, 민생은 또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정 자체가 걱정된다.

민심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각종 게이트의 실체와 본질을 솔직히 규명하는 방법뿐이다. 그럭저럭 넘어가려는 계산으로 미봉책만 쓸 것이 아니라 권력핵심과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장 숨기고 은폐한다고 해서 권력형 비리가 그대로 묻히겠는가. 정권의 도덕성과 권위가 떨어지고 위기만 가중시킬 것이다.

현 정권은 여야 의원들이 한결같이 전하는 이번 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진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래도 과거 정권 때보다는 낫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나 경솔한 대응을 한다면 현 정권은 끝나더라도 게이트의 후유증은 오래 지속될 수밖에 없다. 민심을 따르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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