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로 비디오 제대로 고르기…제목 튈수록 '뻔한내용' 많아

  • 입력 2002년 2월 7일 18시 37분


에로 비디오는 아무래도 떳떳하게 빌리기 힘들다. 어렵사리 고른 비디오가 ‘꽝’일 때의 허탈감은 그래서 두배가 된다.

에로 비디오와 관련한 ‘애로’ 사항을 속시원히 해결해주는 에로 비디오 애널리스트 김형석씨(무비위크 기자). 김씨는 한국 에로영화 시장의 문제점으로 ‘사전 정보의 미비’와 ‘데이터베이스의 전무’를 지적한다. 섹스신 빈도(예:11회·93분) 노출 수위(체모 노출 남 2회, 여 3회) 스타일(전형적 멜로드라마 양식에 몰래 카메라 스타일 가미) 체위(후배위 우세) 관람 포인트(육교 위에서 벌어지는 섹스 신 공중 촬영) 명대사(오빠,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돼) 부가화면(NG 모음과 여배우 현장 인터뷰) 등의 정보가 비디오 재킷에 명시되든지, 최소한 비디오평에서라도 다뤄져 이용자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

방위병 시절 보기 시작한 에로 영화 비디오가 600편을 넘어섰다는 김형석씨는 WEEKEND 독자를 위해 ‘에로 비디오, 제대로 고르고 제대로 보기 10계명’을 보내왔다.

①얌전한 제목에 주목하자〓기상천외한 패러디 제목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일수록 졸작일 가능성이 크다. ‘바람꽃’처럼 서정적이거나 ‘이천년’처럼 여배우의 이름을 과감히 제목으로 사용한 영화들이 낫다.

②가게 주인의 추천을 무시하지 말자〓어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에로영화를 선택할 때 비디오가게 주인의 추천을 받는 사람은 4%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잠든 밤에 ‘빨리감기’를 해서라도 모든 비디오를 체크하며 뛰어난 대중적 안목을 기르는 사람들이다. 에로비디오는 주문한 10장 중 2장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반환해도 되기 때문에 비디오 가게 주인들이 손님들을 속일 이유도 없다.

③배우보다는 감독을 신뢰하자〓에로영화는 사실 다 엇비슷하다. 작품의 독특한 향취는 대부분 감독의 몫이다. 최근 각광받는 감독으로는 박선욱 봉만대 이필립 이강림 등이 있다.

④제작사별 특성을 파악하자〓신생 제작사의 창립 작품은 한번쯤 봐두는 것이 좋다. 또 에로영화 제작사들은 몇 달 주기로 수없이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은 몇몇 제작사들의 작품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봐야 한다.

⑤에로영화의 경향 변화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음미하자〓현재 에로영화의 경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장르적으로 본다면 멜로드라마가 우세하며 몰래카메라 양식을 도입해 단편적 에피소드를 나열한 영화들이 꽤 된다.

⑥말초적인 자극만을 추구하지 말자〓노출과 파격이 에로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설정의 엽기성과 원초적 감수성, 끈적끈적한 분위기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 등도 중요하다.

⑦재킷 사진과 스토리 설명은 무시하자〓눈길을 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제작사 감독 배우 등의 정보가 훨씬 더 유용하다.

⑧절대 ‘빨리 감기’로 보지 말자〓수많은 에로영화 관객들이 저지르는 실수다. 섹스신 사이의 긴장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는 섹스신의 진수를 맛볼 수 없다.

⑨‘도색잡지’가 아니라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자.

⑩노출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본능을 일깨우는 분위기, 다 본 후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의식. 이것이 걸작 에로영화의 조건이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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