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 처신 문제있었다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02분


신승남(愼承男)씨가 검찰총장 재임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와 어울려 골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에서 이른바 ‘정치검찰’이라는 말도 나온다. 권력으로부터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의 수장으로서 부하인 고위 간부를 데리고 대통령의 처조카와 어울린 것은 처신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각종 게이트에 대한 부실 수사와 의혹을 따지기 위해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하자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거부했었다. 한편으로는 검찰의 중립성을 내세우면서 뒤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을 만나고 다닌 것은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다.

더구나 신씨는 ‘이용호 게이트’의 주인공 이용호씨가 대검 중수부에 긴급 체포된 바로 그 날 이형택씨와 골프를 했다. 두 사람이 서너 시간을 함께 보내며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으나 몸이 단 이형택씨가 무언가 부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당시 검찰은 이용호씨의 비리에 대한 내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형택씨가 신씨로부터 검찰의 ‘고급 정보’를 캐내기 위해 노력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용호씨가 온갖 인맥을 동원해 검찰총장이던 신씨에게 이용호씨 구명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신씨는 한시라도 빨리 자신이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답변해야 한다. 한때 검찰의 총수였다는 자부심이 남아 있다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당당히 밝히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특검도 신씨 소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이 이대로 지나가서는 안될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특검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모처럼 평가를 받고 있는 검찰의 변신 노력을 살리기 위해서도 의혹은 빨리 파헤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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