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위기와 야당총재 대표연설

  • 입력 2002년 2월 4일 19시 03분


지금 우리나라는 총체적 국가위기 상황이다. 각종 권력형 비리로 정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고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한반도에도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어제 있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걱정하면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나름대로 짚을 것은 짚었다고 생각한다.

정부 여당은 정치공세라며 폄훼만 할 것이 아니라 겸허한 마음으로 귀담아들을 것은 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의 바른 모습이고 또 현재의 국가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이 총재는 이형택(李亨澤)씨 사건과 관련해 “국민은 청와대 국가정보원 군 검찰이 관련된 총체적 정권 비리이며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국민은 이 총재의 그 같은 시국인식에 동조할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갖가지 권력형 비리에 지금 국민은 지칠 대로 지쳤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직접 국민에게 사죄하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임기 내에 성역 없이 깨끗하게 정리하는 결의와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요구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 총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도 대화를 통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미관계의 악화가 남북관계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이는 결국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옳다.

이런 뜻에서 국민의 안전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초당적인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이 총재의 약속을 지켜볼 것이다.

오늘의 국가위기를 극복하면서 고단한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한나라당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임기 말 국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도록 경제 민생 등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대해 도울 것은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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