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호사 하면서 건보료 안낸 장관

  • 입력 2002년 1월 31일 18시 15분


신임 송정호(宋正鎬) 법무부장관이 변호사로 개업하고도 아들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2년여 동안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보도다. 국가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에게는 법적 의무뿐만 아니라 가혹할 정도의 도덕적 의무까지 요구된다. 하물며 법을 집행하는 부서의 수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법적으로는 아무 하자가 없다지만 이번 송 장관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송 장관이 법무연수원장직을 퇴임하고 장남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은 1999년 6월 11일이었다. 이어 1주일 뒤 그는 변호사로 개업했으나 지난해 7월 국민건강보험법이 바뀌기 전까지 2년1개월 동안 수억원의 수입을 올리고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다. 정부는 송 장관의 변호사사무실이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개정 전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강보험 신고대상이 아니었고, 신고대상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법 개정 이후에는 매달 보험료를 냈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상태다. 이 바람에 야당이 지역-직장 재정통합을 반대하고 의사들은 아예 의약분업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보 재정이 이처럼 뇌사상태에 빠진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변호사라면 알아주는 고소득층이 아닌가. 그런데도 소득을 자진 신고하기는커녕 자신보다 소득이 훨씬 적은 아들의 피부양자로 얹혀 있으면서 보험료를 내지 않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법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록을 받은 고위 공직자로서 지녀야 할 국가에 대한 공적인 도리를 외면한 점을 우리는 무엇보다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명만 할 때가 아니다. 송 장관은 자신의 처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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