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정권의 기괴한 권력농단

  • 입력 2002년 1월 28일 19시 09분


국가권력의 농단(壟斷)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보물 발굴이라는 사적(私的)사업에 그처럼 많은 국가기관이 개입됐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가 사실상 주도한 진도 앞바다 보물 발굴사업에는 청와대 국가정보원 해군 국군정보사령부 해양경찰청 금융감독원 전라남도 등 국가의 중추기관이 줄줄이 얽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기호(李起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씨를 국정원에 연결시켜 주었고, 국정원은 해경에 요청해 바다속 탐사활동을 벌이게 했다. 현역장군인 국정원 국방보좌관과 이씨는 잇따라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장비 및 병력지원을 요청했다. 여기에 이씨가 일부 은행들에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해 지원 압력을 요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또 무슨 국가기관 이름이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특히 이 사업이 추진과정에서 권력핵심들의 비호를 받아 국가적 지원을 받는 사업으로 포장된 점에 주목한다. 발굴사업을 최초로 진행했던 원(原)사업자에 의하면 그는 당시 ‘국가의 초법적 프로젝트니 관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 정보사 중령도 개입됐다고 한다. 발굴관련업자들 사이에는 ‘고위층 가족들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거나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나돌았다고 한다.

발굴사업 추진 당시 이씨의 ‘동업자’격인 이용호(李容湖)씨가 김 대통령 차남 홍업(弘業)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와 잘 아는 다른 사람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얘기도 불거지고 있다.

한마디로 발굴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핵심들에 의해 ‘국가사업’으로 왜곡돼 세상을 어지럽히고 이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오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국가기관들의 개입이 이 수석 개인의 힘만으로 가능했을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 수석은 경제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 국정원 해군 해경 등의 동원과 관련해 또 다른 고위층이나 윗선이 없었는지 당연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세간에는 이처럼 국가역량이 일사불란하게 집결된 것이라면 김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검수사와는 별도로 김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침묵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정권은 처음의 ‘이용호 게이트’가 ‘이형택 게이트’로, 지금은 아예 ‘청와대 게이트’라는 말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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