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설원의 ‘작전타임’ 스트레스 ‘훨훨’

  • 입력 2002년 1월 8일 17시 08분


눈 밭위에 선 치어리더 이민숙(왼쪽)씨와 고지선씨.
눈 밭위에 선 치어리더 이민숙(왼쪽)씨와 고지선씨.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아요.

치어리더. 화려한 율동으로 관중의 흥을 돋우며 갖가지 볼거리를 제공하는 프로스포츠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튀는 여자’ 고지선(22), ‘수줍은 여자’ 이민숙(22)씨. 치어전문회사인 ㈜에이치에스컴 소속으로 봄부터 가을까진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겨울엔 프로농구 SK 나이츠의 치어리더로 활약하는 두 사람은 겨울이면 ‘한통속’이 된다. 성격은 정반대이지만 스키로 끈끈하게 묶인 두사람은 시간만 나면 근교 스키장을 찾는다.

둘은 SK 나이츠 홈경기는 물론 여자농구와 농구대잔치 행사까지 맡아 눈코 뜰 새 없지만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사제쳐놓고 스키장을 찾는다.

스키 마니아중에는 스키장 앞 민박집에 머물면서 하루종일 스키에 매달리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좀 다르다. 주중에, 그것도 낮시간에만 스키를 탄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없으니까”.

경기가 없는 날이라도 연습을 하느라 일주일에 단 하루도 편히 쉴 수 없다. 하지만 ‘일할 때 일하고 놀땐 논다’는 이들은 일부러 날을 만들어 놀러다니는게 ‘장기’다.

그런데 스키를 타러가는데 거의 ‘준비’가 없다. 챙기는 건 장갑 뿐. 스키와 부츠, 스키복까지 모두 스키장 인근 대여점에서 빌린다. 모든 것을 빌리는데 드는 돈은 단골인 까닭에 단돈 2만원. 그래서 아무 때나 마음이 동하면 둘은 스키장으로 떠난다.

#스트레스 해소에 스키만한게 어디 있나요.

새해 벽두인 3일. 둘은 용인 양지파인힐리조트로 아침 일찍 출동했다. 오후 5시부턴 다음날 있는 농구대잔치 개막행사 준비를 위한 연습이 잡혀있지만 오후 4시가 가까워질때까지 지칠 줄 모르고 리프트에 올라 슬로프를 내려오는 걸 반복했다.

“연습시간에 늦지 않겠냐”고 묻자 ‘튀는 여자 왈 “농구에서 작전타임은 딱 60초에요, 우린 딱 56초동안 춤추고 들어오거든요, 우린 시간을 초단위로 세요, 걱정마세요.”

그랬다. 스키를 열심히 탄 뒤 보너스로 눈썰매 두 번, 그리고 푸짐한 도토리묵까지 한그릇 뚝딱 해치운 뒤 이들은 타고온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시간도 없는 이들이 기를 쓰고 스키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

“스트레스가 말 할 수 없을 정도에요, 관중들 눈이 높아 매번 같은 안무를 할 수 없쟎아요, 60초 무대에 서기위해 6시간은 연습해야돼요, 햐얀 눈 위에서 그 스트레스를 다 푸는 거지요.” ‘수줍은 여자’의 설명이다.

여름엔 한강으로 수상스키를 타러다닌다는 두사람. 스키는 이민숙이 먼저 배웠지만 수상스키는 고지선이 한수 위. 물론 스키든 수상스키든 똑같이 주중 낮에만 즐기는 한계는 있긴하지만….

용인〓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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