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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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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해가 되어서인지 마치 과천 경마장에서 출발문을 박차고 나가는 경주마처럼 주식시장이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말솜씨 좋기로 유명한 증권가의 고수들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너도 나도 연초 주식시장의 시황을 말에 빗대서 풀이하고 있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 ‘뛰는 말에 올라타라’는 주식시장의 격언. 시장이든 종목이든 오르는 쪽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대세에 동참하라는 뜻도 담겨있다.
한 스트래티지스트는 “말띠 해인 올해야말로 뛰는 말에 한번쯤 올라타 보려는 생각을 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올해가 말띠해가 아니라 소띠해거나 닭띠해라면 대세가 상승 분위기여도 동참하지 말고 바라만 보라는 얘긴지….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어쨌든 올해 시황을 밝게 본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말이다. 그의 예상처럼 올해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더 나아가서는 ‘큰 장이 열린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투자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기왕 말 얘기를 꺼냈으니 말과 연관된 속담에서 투자의 지혜를 한 번 찾아보자.
우선 ‘말 갈데 소 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해서 가서는 안될 곳까지 따라간다는 뜻이다. 투자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해야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말만 듣고 뇌동매매를 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말똥도 모르고 마의(馬醫) 노릇한다’는 속담은 자신도 주식에 대해 잘 모르면서 옆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려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말.
‘말 태우고 버선 깁는다’는 장가보내려고 말에 태워놓고 그제서야 신랑의 버선을 깁는다는 뜻으로 준비성이 없음을 꾸짖는 말이다. 대세가 상승하네 어쩌네 한다고 해서 사전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주식에 돈을 질러대다간 이런 꼴이 되기 십상이다.
조금 재미를 봤다고 점점 투자액을 늘려가는 사람에게는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속담이 제격이다. 한없이 욕심을 내다가는 낙마(落馬)를 하는 수가 있다.
이런 점들만 명심해도 매일같이 주식으로 골머리를 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 권력에 빌붙어 시장을 흐리는 ‘말 꼬리에 파리 같은’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전제가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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