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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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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언더그라운드에 여성작가들의 수다 모임이 하나 있다. 달마다 정례 회동을 갖지만 딱히 정해진 단체명은 없다.
여류 멤버는 10명. 송우혜 김지수 한정희 윤명제 송혜근 은희경 전경린 박자경 홍은경 조민희 순이다. 50대부터 20대까지 연령대가 다채로운 멤버간에 공통점이라곤 없어 보인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로 등단한 여성작가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이들이 음주가무로만 느슨한 연대감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동인지를 내면서 대외적으로 도타운 친목을 과시한다. 이번 작품집은 여섯 번째 성과물이다. 모임의 ‘보스’인 송우혜씨의 표제작을 비롯해, 지난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상한 ‘새내기’ 멤버 홍은경의 신작 ‘천한 번째 밤 이야기’을 냈고, 은희경씨는 신작 대신에 지난해 소설가협회상을 받은 단편 ‘내가 살았던 집’을 실으면서 올해도 전원이 출석했다.
이들의 동인지는 한국문단에 흔치 않은 모범이란 점에서 단순한 친목서의 의미를 넘어선다. 10인10색의 스타일이 삶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에는 선 굵은 역사소설에 천착해온 송우혜씨가 쓴 독특한 감성의 표제작을 비롯해 송혜근씨의 ‘그 여자의 사랑 방식’을 비롯해서 전경린씨의 ‘낙원빌라’, 조민희의 ‘눈내리는 마술’ 등 각양각색의 작품에서 세밀한 시선이라는 성적 정체성의 공통점을 슬쩍 벗어나는 세대적 감성차를 음미하는 것이 별스럽다.
이번 동인지의 압권이라면 은희경씨가 유쾌발랄한 필력을 유감없이 과시한 머리말이다. 여성작가 10명이 보여주는 밉지않은 질투심과 따스한 동지애가 어우러진 살가운 풍경을 의뭉스럽고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기 때문.
은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 모임의 자체 명칭은 길다. ‘지성과 미모와 상징적 젊음과 화려한 입심과 고통에 대한 진지함과 유머감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적절히 숨길 줄 아는 인격까지 겸비한 여성 소설가 모임.’ 한마디로 믿거나, 말거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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