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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5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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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혼자 먹을 수 없지만 햄버거는 혼자 먹는 음식이다. 햄버거는 청바지처럼 실용적이고 계급을 차별하지 않는다. 흙투성이의 개구쟁이와 영화배우 그리고 대통령이 먹는 햄버거가 똑같다. 웬디스 버거, 버거 킹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미국 햄버거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맥도널드이다. 맥도널드는 세계화와 민주화의 상징이다. 121개 국가에서 2만9000개의 레스토랑을 열었고 들어가지 못한 나라는 북한 등 폐쇄적인 국가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세계 맥도널드 레스토랑에서 동일한 조리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빅맥 햄버거를 기준으로 각국 물가와 통화가치를 비교하는 ‘빅맥 지수’를 개발해 매년 발표한다. 버거노믹스(햄버거 경제학)라고 이름 붙인 빅맥 지수는 ‘환율은 두 나라에서 동일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비슷해질 때까지 움직인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연말 빅맥 가격이 미국 2.59달러(4위), 일본 2.31달러(11위)였고 한국은 2.41달러로 일본보다 앞선 세계 8위를 기록했다.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때 흔히 환율은 10배, 물가는 5배라고 말한다. 일본돈 100엔이 대략 우리돈 1000원이고 일본 물가가 다섯 배 비싸다는 뜻이다. 10년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에서는 모든 물가가 내리막길을 달리고, 한국에서는 햄버거가 청소년들의 외식 품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른 음식에 비해 비싼 편이어서 빅맥 지수의 왜곡 현상이 생긴 것 같다. 빅맥 지수가 이렇게 물가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햄버거와 함께 먹는 프렌치프라이와 코카콜라로 지수를 개발해야 할 판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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