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한-일 축구, 현장 교류의 모범답안은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41분


고려-와세다대 연합팀의 포워드 이천수.
고려-와세다대 연합팀의 포워드 이천수.
16일자 아사히 신문에 보도된 것과 같이 지난 15일, 토쿄 국립 경기장에서는 독특한 시합이 있었습니다. 고려 대학과 와세다 대학의 연합 팀과 연세 대학과 케이오 대학의 연합 팀과의 시합이 그것입니다. 결과는 고려·와세다 대학 연합 팀이 6-0(전반 4-0)으로 이겼습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가운데 연세 대학의 골키퍼 김용대를 비롯 고려 대학의 이천수와 차두리 등 현재 한국 축구대표 선수로 활약중인 선수 등 총 6명의 아테네올림픽(2004년 개최) 대표 후보가 있었습니다.

그중 차두리 선수는 한국팀을 이끌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발탁한 장래성 있는 포워드 입니다. 아직 덜 다듬어 지고 시야가 좁은 것이 단점이지만,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훌륭한 체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친은 한국팀의 감독으로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한 바 있는 차범근씨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분데스리가(독일의 1부리그)에서 10년 가까이 활동한 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영웅’입니다. 부모와 자식 2대에 걸쳐서 대표 선수가 되었다니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는 대표 팀의 핵심 전력은 아니지만, 히딩크 감독이 “차세대 대표 팀을 위해”라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특히 총애하는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대대로 크게 성장하였으면 하는 바램 입니다.

고려 대학의 또 한명의 대표 선수는 이 천수. 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었고,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눈에 띄는 선수입니다. 물론, 뛰어난 기량을 가진 훌륭한 포워드입니다. 유교 사상이 강한 한국에서는 ‘손윗사람을 공경한다’라는 좋은 습관이, 언제부터인가 ‘손윗사람에게 말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 사람들의 사이에는 손윗사람에게 솔직한 기분을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매우 강합니다. ‘의견’이 ‘반론’으로 받아들여져 질타를 당하곤 합니다. 그런 가운데 이 선수는 생각한 것을 거침없이 말을해서 특히 젊은층 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영향력도 있습니다. 현대표 팀에서도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선수입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불꽃 튀는 접전을 펼친 당시 한일 대표팀 선수들은 지금도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특히, 최순호(포항 스티라스-스치라스 감독) 씨와 카토구(주식회사 이오레 대표) 씨는 지금도 친구입니다.

최근 벨마레 히라츠카에서 함께 뛰었고 한일 라이벌전에서도 각국의 대표팀을 이끌어 온 홍명보(지금 시즌에 카시와 레이솔을 탈퇴해,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선수와 나카타 히데토시(이탈리아 파르마) 선수의 우정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금년 1월 3일에는, 세계 선발 대 J리그·K리그 선발의 시합이, 요코하마 국제 경기장에서 벌어졌습니다. 운좋게 제가 그 시합에 코치로서 참가 했었는데, 시합 전날의 트레이닝, 시합 당일의 라커 룸이나 워밍업 구역 에서 선수들의 교류를 보면서, 눈시울을 뜨거웠던 추억이 있습니다. 시합을 위해, 말은 통하지 않아도 이름을 서로 기억하고, 전술의 이해를 위해서 진지하게 제스추어로 의사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이것이 진정한 ‘현장 레벨에서의 교류’라고 확신했습니다.

시합 후 목욕탕에 갔는데, 김도훈(전북 현대 모터스) 선수와 곤 씨(나카야마 마사시·쥬비로 이와타), 거기에 아키타 유타카(카시마 안트라즈) 선수등이 욕조 안에서 지금 막 끝난 시합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함께 팀을 결성 해 시합을 한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달라도 ‘축구’라고 하는 ‘언어’가 공통어인 것입니다.

‘말하는 것은 쉽고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서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선입관이나 소문으로 상대를 판단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실제 교류를 통해 진실을 알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선입관이나 소문도 사라지고 자신의 ‘기준’으로부터 상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밝은 미래를 열어 가는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양국의 남아있는‘어두운 과거’를 알려는 노력으로 진실을 알고 교훈을 얻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우리 어른들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윤대조)

▽윤대조는 1964년 이바라키현 출신, 재일 한국인 3세. 초등학교 3년부터 축구를 시작해 조선 대학교 졸업 후, 모교의 이바라키 조선 초중고등학교 고등부에서 영어 교사와 축구부감독을 겸임. 92년,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에서, 스포츠 의과학을 기본으로 하는 athletic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편입. 전미 athletic·trainers 협회(NATA) 공인 physical(피지컬) 코치. 귀국후, 96년부터 감바 오사카, 트리니티(현토리니타), 뷔셀 고베, 베르디 카와사키(현 도쿄 베르디 1969), 한국 K리그의 울산 현대에 physical 코치로 활동. 2001년 5월부터, 스카이 퍼펙 TV!에서 축구 해설. 현재 서울 거주로 한국 축구를 중심으로 취재 중.

아사히 닷컴 정리=<민진기 동아닷컴 기자>jinki20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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