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중견의사]재활의학/박은숙-고현윤 교수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11분


◆ 부산대병원 고현윤교수

부산대병원 고현윤 교수(43)는 대학생 때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유화(油畵)를 그리고 있다. 선배들과 그룹전도 다섯 차례 열였다. 올 5월에는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아파트에서 경남 양산시 물금면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해서 틈 날 때마다 50호 이상의 대형 화폭 앞에서 붓을 든다.

아마추어 화가인 고 교수는 당연히 색감(色感)이 뛰어나다. 그는 스쳐 지나는 후배 의사의 와이셔츠와 넥타이 색깔이 ‘따로 놀 때’ 그냥 놔두지 않는다. ‘의사는 첫 인상 부터 환자에게 좋게 보여야 한다’는 충고와 함께 코디네이션을 새로 해준다.

고 교수는 겉만 좋은 인상을 주는 의사가 아니다. 그는 환자의 말을 ‘듣고 또 듣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슴에 맺혔던 사연을 한풀이 하듯 털어 놓고 싶어 고 교수와의 진료 일자를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있다.그가 갖가지 장애를 겪는 환자의 마음을 보다 잘 아는 것은 어쩌면 그 역시 장애를 가졌기 때문인지 모른다. 고 교수는 어릴적 소아마비를 앓아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그는 매달 한 두 번씩 장애인 고아를 찾아가 온 몸을 다 해 진료한다. 주위에선 그를 ‘장애를 이긴, 멋을 아는 의사’라고 부른다.

고 교수는 “나는 절대 최고 의사가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진료 및 연구 분야의 업적도 뛰어나다. 인공 관절 수술의 권위자인 같은 병원 정형외과 서근택 교수(46)는 “고 교수는 진료에 빈 틈이 없어 환자 수술 결정 때나 수술 뒤 전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다”면서 “환자에게 모든 시간을 쏟는 듯 한데 언제 시간이 있어 연구를 해서 매년 30∼40편의 논문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등골(척수)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연구에서 국제적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있으며 199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 척수 손상학회’에서는 노벨의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로부터 우수 논문상을 받은 것을 비롯, 국제학회의 굵직한 상도 세 번 받았다.

-척수 손상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

“척수 손상은 가벼운 보행 장애로부터 ‘슈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와 같이 호흡기능이 손상된 경우까지 다양하다. 최근 안전벨트 사용의 확산 등으로 젊은 환자가 줄고 있지만 인구의 노령화로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 노인은 골다공증으로 척수가 손상되기도 하지만 척수 주위의 공간인 척주관이 좁아져 있어 가벼운 충격에도 다치기 쉽다.”

-척수는 손상되면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척수가 완전히 손상됐다면 사실 회복이 힘들다. 그러나 재활치료를 받으면 대소변을 혼자서 볼 수 있고 성생활도 가능해지는 등 ‘생활의 질’이 달라진다. 불완전 손상인 경우 수술과 재활치료를 병행해서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약물과 치료법이 개발돼 치료 성과도 좋다. 외국에서는 20년 전부터 척수가 뻣뻣해진 환자에 특수관을 꼽고 바크로펜이라는 약물을 한 달에 한 번 먹는 약의 100분의 1에서 1000분의 1까지 투여하는 치료법이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치료법의 허가가 나지 않아 못쓰고 있어 안타깝다. 척수 질환자는 질환의 경중을 떠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1년에 최소 2번은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사고로 크게 다쳤을 경우 수술 뒤 곧바로 퇴원하지 말고 재활치료 전문의를 찾기 바란다.”

-허리 디스크 등 척추 질환도 치료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척추에 바늘을 넣어 특수한 파장의 주파수를 쏘는 고주파 열응고술 등 여러 방법의 시술을 하고 있다. 재활의학과는 이런 시술에서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 회복 등에 특히 신경을 쓴다. 허리가 아파 통증이 며칠간 악화하거나 대소변을 못 볼 정도일 경우에는 예외지만 성급히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막외 통증 완화 주사도 3번 이상 맞으면 척추와 주위 조직이 들어붙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부산〓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 신촌세브란스 박은숙교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은숙 교수(44)는 눈물이 많은 여의사다.

몸이 활처럼 굽은 뇌성마비 아이를 품에 안고 재활치료를 돕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박교수는 그럴 때마다 모정(母情)을 새삼 깨닫는다.

박교수는 ‘이 세상 모든 환자의 어머니는 성자(聖者)’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한다.

동료 의사들은 박교수를 소아 재활치료, 특히 뇌성마비 치료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한다.

박교수는 98년 세브란스 재활병원장인 박창일 교수와 함께 출생 후 6개월 미만의 영아라도 뇌성마비 여부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대한재활의학회의 학술상을 받았다.

-재활치료는 수술 후 사회 생활로 복귀하기 전에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 몸에 장애가 있다해도 최대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재활의학의 목표다. 뇌졸중과 척수 손상, 통증 등 치료 대상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소아 뇌성마비, 스포츠 재활 등 치료 영역도 세분화되고 있다.”

-뇌성마비 환자가 얼마나 되는가.

“뇌성마비란 뇌의 발달 과정에 문제가 생겨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전문의들은 대략 출생아 1000명당 2, 3명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유전적 영향이 뇌성마비의 원인으로 알려져 왔는데 최근 환경적 요인이 크다는 데 전문의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조기 진단이 가능한가.

“뇌성마비가 의심돼 병원을 찾는 시점은 보통 생후 만 1년이 지난 다음이다. 그러나 98년 연세대 재활의료팀이 개발한 진단법으로 6개월 미만의 영아도 뇌성마비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뇌성마비는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환경적 요인으로 뇌에 비정상적 신경망이 생겨 정상 기능을 찾기 어렵다. 늦어도 3세 이전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가 좋다. 3세까지는 뇌가 발달 단계에 있어 재활치료를 받으면 비정상적인 신경망이 생기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어떤 아이가 뇌성마비에 걸리는가.

“87년부터 10여년간 뇌성마비 어린이 247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출산 과정에서 질식 경험이 있거나 미숙아로 태어났던 아이가 많았다. 황달 증세를 보이거나 세균성 뇌수막염을 앓았던 아이, 경기(驚氣)가 있었던 아이 등은 고위험군이다. 또 성장이 늦거나 계속 우는 아이, 몸이 축 쳐지고 눈동작이 또렷하지 않은 아이는 뇌성마비를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세를 보이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어떻게 치료하나.

“치료의 1차 목표는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상 기능을 되찾았을 때에는 합병증을 줄이는데 주력한다. 굳은 몸을 풀어주는 물리치료, 숟가락질 등 일상 생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작업치료, 부정확한 발음을 교정하는 언어치료 등이 있다. 또 보조기를 이용하거나 약물 혹은 주사치료를 한다. 국내 소아 재활치료의 수준은 세계적이다. 환자 상태가 다양해 일률적으로 향상율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미국보다 앞선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의료기술 외에 가족이 환자에게 쏟는 정성이 각별한 한국 문화 탓도 있다.”

-환자 가족에게 당부할 말은.

“재활 치료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식을 위해 개인 생활을 포기하는 어머니가 많다. 아버지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세대 재활병원은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은 반드시 아이와 함께 입원하도록 하고 있다. 퇴원 후에도 꾸준히 치료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모도 재활치료법을 배워야 한다. 부부가 힘을 모아 아이에게 관심을 쏟는 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 어떻게 뽑았나

부산대 의대 고현윤 교수와 연세대 의대 박은숙 교수가 재활의학 부문의 베스트 중견의사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동아일보사가 전국 14개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52명에게 △가족 중 자신의 분야에환자가 있으면 맡기고 싶고 △치료와 연구 실적이 뛰어난 △50세 이하 의사 5명씩을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이다.

지방대 병원 의사가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된 것은 본 시리즈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고현윤 교수는 또 부인인 인제대 의대 부산백병원 박인선 교수와 함께 부부가 함께 ‘베스트 28’ 목록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추천 의사의 점수를 소속 병원 별로 집계한 결과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부산대병원, 서울대병원, 영동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순이었다.

▶ 재활의학부문 베스트중견의사

이 름

소속

재활 세부 전공

고현윤

부산대

척수 손상, 척추의 비수술적 치료

박은숙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소아, 뇌성마비

박시복

한양대

족부 질환

강성웅

연세대 영동세브란스

근육병, 호흡

김희상

경희대

근골격계, 스포츠 손상

김연희

전북대

뇌손상

고영진

가톨릭대 강남성모

족부 질환

전중선

포천중문의대 분당차

뇌중풍

강윤구

고려대 안산

통증, 뇌중풍, 관절염

성덕현

성균관대 삼성서울

뇌중풍, 보행 분석, 관절질환

장기언

한림대 한강성심

팔 어깨 통증, 스포츠의학

정선근

서울대

근골격계

신지철

연세대 신촌세브란스

척수 손상

성인영

울산대 서울중앙

소아

이 름

소속

재활 세부 전공

이영희

원주의대 원주기독

척추 손상, 근골격 통층

윤태식

이화여대 목동

근골격계

이경무

충북대

뇌중풍, 통증

정한영

인하대

뇌손상

박동식

한림대 강동성심

근전도 진단

김봉옥

충남대

소아

김미정

한양대

근골격, 소아

백남종

서울대

뇌신경

손민균

충남대

근육통증, 전기진단

문정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소아, 뇌성마비

이원일

가톨릭대 여의도성모

심폐

박병규

부산대

뇌중풍, 뇌손상, 말초신경장애

이삼규

전남대

뇌신경, 근골격 통증

박인선

인제대 부산백

뇌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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