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문경은 ‘도우미 농구’ 맛들였네

  • 입력 2001년 12월 1일 23시 06분


문경은
SK 빅스의 슈터 문경은(30)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해온 농구지만 요즘에야 농구의 맛을 제대로 알겠다”고 말한다.

문경은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참 많이 변했다. 삼성시절 공만 잡으면 3점라인 밖에서 무작정 슛을 던지던 모습이 없어졌다.

노마크 찬스가 나더라도 골밑에 새 단짝 맥도웰이 들어왔는지 일단 확인한다. 아무래도 더욱 확률이 높은 골밑슛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배려다. 확실한 슛만 던지다 보니 적중률도 부쩍 올라갔다. ‘나 홀로 농구’에서 볼을 찔러주고 받는 ‘협력농구’를 하다보니 솔솔 재미가 붙은 것.

1일 원주에서 벌어진 2001∼2002 애니콜 프로농구 SK 빅스와 삼보 엑써스의 경기.

SK 빅스가 한결 성숙해진 문경은의 대활약에 힘입어 삼보를 85-72로 꺾고 단독 1위에 복귀했다.

3쿼터까지 스코어는 58-49로 SK 빅스의 9점 리드. 하지만 안심할 수 없었다. 삼보가 어떤 팀인가? 한번 발동이 걸리면 신들린 듯한 플레이로 순식간에 역전시켜 버리는 ‘농구 9단’ 허재가 버티고 있는 팀이다. 이날도 허재는 3쿼터부터 코트에 나와 슬슬 몸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4쿼터 시작을 알리는 버저가 울리자 문경은이 펄펄 날기 시작했다.

문경은은 선발 출장해 3쿼터까지 6점만 기록하며 동료들에게 득점기회를 만들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4쿼터에선 달랐다. 문경은은 골밑 돌파로 레이업슛을 성공시킨 뒤 밖으로 나와 3점슛을 터뜨렸다. 다음엔 다시 골밑 돌파를 하는 척하더니 점프슛.

문경은이 말 그대로 코트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3점슛 2개를 포함해 5개의 슛을 연속 성공시켜 혼자서 12점을 올리자 스코어는 70-55로 크게 벌어졌다.

이전까지 슛 던지는 듯하다가 동료에게 패스를 하는 문경은의 플레이를 읽은 삼보 선수들이 이번에도 또 그러겠지 하며 그대로 놔둔 탓이다. 허를 찔린 셈.

문경은은 이날 4쿼터 12점을 포함해 18득점을 올렸고 조니 맥도웰이 21득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LG 세이커스는 홈 창원에서 동양 오리온스에 86-81로 역전승을 거두고 6연패 뒤 3연승을 달렸다.

역시 LG의 해결사는 ‘캥거루 슈터’ 조성원. 3쿼터까지 64-67로 뒤지던 LG는 4쿼터 들어 조성원이 3점슛 2개 등 12점을 집중시키며 순식간에 승부를 뒤집었다.

동양 라이언 페리맨은 이날 3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 프로농구 통산 최다 리바운드 타이 기록을 세웠지만 동양은 이날 패배로 공동 1위에서 공동 2위로 추락했다.

꼴찌 KCC 이지스는 코리아텐더 푸르미를 맞아 90-84로 승리, 7연패에서 탈출하며 시즌 3승째를 올렸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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