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개구리 도우러 가자" '개구리네 한솥밥'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09분


개구리네 한솥밥/ 백석 글 유애로 그림/ 52쪽 6500원 보림어린이문고(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백석은 분단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시인이었다. 문학에 별 관심이 없는 기성 세대들에게 ’백석’이라는 이름이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월북 문인들의 해금 조치로 많은 작품이 다시 빛을 보게 되면서 백 석 문학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이 땅에서 가장 순수한 서정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는 그의 ‘동화시’가 그림책으로 나온 것은 참 반가운 일이다.

‘동화시’라는 장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데, 그것이 작가의 어린이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의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히려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린이에게는 산문보다 시가 더 적당하다는 생각으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시, 즉 ‘동화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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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57년 북한에서 출간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수록된 작품으로 자그마한 동물과 곤충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으로 꼽힌다.

개구리 한 마리가 형에게 쌀을 얻으러 가는 길에 곤경에 처한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되고, 그 때 마다 개구리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어려운 상황에서 구출해 준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날이 저물어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멘 개구리가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그러자 낮에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동물들이 하나씩 나타나 개구리를 도와주고, 모두 모여 앉아 한솥밥을 해서 나눠 먹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이 반복되고, ‘덥적덥적’, ‘뿌구국’ 따위의 재미있는 흉내말과 토속적인 우리말이 풍부하여 노래를 부르듯 따라 읽을 수 있다.

또한 방아깨비, 개똥벌레 등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곤충들이 처한 위기 상황과 그들이 개구리를 돕는 과정을 보면, 각자의 신체 특성과 꼭 맞아 떨어지는데, 이런 점이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주는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 들판에서 아직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질경이와 달개비, 토끼풀 같은 식물들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개구리와 소시랑게, 쇠똥구리 같은 캐릭터에 우리의 한복을 입혀 준 그림작가의 재치도 돋보인다.

오혜경(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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